최근 강남 모처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에게서 드라마 속 차갑고 과묵한 장도일의 모습과 반면 장난치며 함박웃음을 짓는 개구쟁이 같은 이현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렬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아쉽지만 음악작업 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해요”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마지막 촬영을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여전히 ‘장도일’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실감은 아직, 아쉬움 반 홀가분한 마음 반이에요. 아쉬운 점은 같이 연기호흡을 맞춘 동료들과 스태프들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 촬영장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서운해요. 홀가분한 마음은 바빠서 음악 연습을 할 시간이 없었는데 작업할 여유가 생기니까 좋아요”
노래로 대중들에게 먼저 다가간 만큼 이현재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컸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통해서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고 욕심까지 생겼지만, 음악 작업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가슴 한 켠에 늘 자리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연기도 많이 배웠고, ‘연기’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 마음 속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좋은 연출자와 스태프, 배우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저를 잘 이끌어 주셨고 완전한 준비가 안된 상태의 첫 작품이나 마찬가진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장도일은 작가가 처음부터 이현재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 때문에 그에게는 좋은 기회였기도 했지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께서 영화 ‘플레이’를 보시고 장도일 캐릭터를 만드셨다고 해요. 처음부터 이현재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던 거죠. 그래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 또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연기자가 아니니 연기를 못한다는 걸 알고 계실테니까 편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처음 하는 연기인데다 시간은 촉박해서 불안했죠. 대사도 집중해서 외워보려 애썼고, 주위의 조언과 충고를 얻으면서 노력했어요”
이현재는 영화 ‘플레이’를 통해 연기자로서 스크린 데뷔를 먼저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속한 그룹 메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엮어진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이었다. 때문에 이현재는 메이트 속 이현재를 표현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연기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영화 속 그는 최대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야 했으니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이현재에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열어 줬기 때문.
“아직은 배우라는 말을 들을 자격은 없는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건 확실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해서 흥미가 생겼거든요”
그의 도전, 욕심에는 흥미가 뒷받침한다.
“무엇이든지 제가 재미없으면 즐기지를 못해요. 음악도, 연기도 하면서 재미를 느껴야 해요. ‘플레이’ 때도 영화작업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메이트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지만 하다 보니 다 같이 합심해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만들어가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연기를 접하게 됐고,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흥미를 느껴서 본격적인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갖게 된거죠. ‘플레이’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해준 기회였어요”
“메이트 음악이 좋아요”
이현재는 메이트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더욱 반짝였다. 다시 말하면,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더 진중했다.
“연기처럼 음악 역시 일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듣는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을 줄 수 있어요. 상상하기도 하고 경험 안에서 녹여내기도 하죠. 그런 부분에서 가수와 연기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의 음악 인생은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취미로 피아노,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머니, 아버지 아래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악기를 접했다. 하지만 어느덧 자신이 하고 싶은 악기, 드럼을 찾게 됐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흠뻑 빠져들었다.
“뭐든지 잘해야 재미있는 것 같아요. 드럼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악보를 보고 어느 정도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면서였죠. 교회에 밴드부가 있어서 매일 연습하러 다녔어요(웃음).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악기도 고비가 있거든요. 그것을 넘기면 한층 재미있어지죠”
1988년 4월 생으로 올해 스물다섯인 이현재. 어린 나이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은 깊고 넓었다. 특히 다른 장르, 타인에 대한 이해도에서 특히 더.
“각자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최고다, 어떤 것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음악 역시 다른 장르를 하더라도 서로 존경하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만의 프라이드는 굉장히 중요하죠. 자기가 하는 음악과 실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며 한 가지만 고집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죠.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배워가고 싶어요”
이런 부분에서 그에게 있어서 메이트는 ‘프리’다. 음악을 하기 위해 모인 세 명의 남자들.
“메이트는 각자 스타일이 달라요. 공통분모가 메이트인거죠. 친구이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고요. 여느 밴드가 그렇겠지만 그러면서 서로 정이 쌓여가죠. 지금은 시기적으로 공백을 갖고 있지만 또 뭉칠거예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메이트로 모이면 또 우리만의 음악을 하고. 그게 메이트죠(웃음)”
이현재는 메이트이면서도 “메이트의 음악이 좋아요”라고 천진한 웃음을 보인다. 그의 말은 메이트를 사랑하는 음악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들의음악은 잔잔한 리듬, 애잔한 가사, 가슴을 울리는 보컬, 삼박자가 귀를 즐겁게 한다.
“삭막해 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재미있게 할래요”
실제 이현재는 ‘장도일’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것을 즐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좋아하고,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이 곧 타인과의 소통이고 교감인 것처럼.
“이현재는 밝아요. 그리고 장도일처럼 짝사랑하면서 다가가지 못하고 묵묵히 지켜보는 스타일도 아니죠. 다만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하죠. 드럼은 과묵하고 우직해야 하거든요. 다른 악기들과 보컬이 흥분을 해서 흔들릴 경우에도 드럼은 중심을 잡아야 해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평상시 저는 사람만나는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평범한 청년이에요”
이번 드라마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만큼 향후 그의 활동 영역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연기를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고 ‘괜찮다! 멋있었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미’외에 것이 목적이 돼 버리면 삭막해질 것 같아요. 기회가 흥미를 만들어주고, 흥미로 인해 노력하게 된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공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압박들 때문에 힘든 날도 있겠지만, 꿋꿋하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과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웃음)”
하나의 작품을 끝냈다. 아직은 쑥스럽지만 ‘배우’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이로써 이현재는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 걸음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
사진 김효범 작가 / hyobeomkim@m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