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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의 노랫말로 서민의 애환을 보듬다
원로 작사가 겸 가수 반야월 별세…그의 음악세계는
‘열아홉순정’ · ‘소양강처녀’
수많은 히트곡 남겨
광복이후 작사가로 활동
‘울고넘는…’ 등 심금울려
노랫말처럼 박달재에 영면


“죽을 때까지 나에게 은퇴란 없다.”

평생을 노래와 함께 한 원로 작사가 겸 가수 반야월(본명 박창오·사진)이 지난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작곡가 박시춘, 가수 이난영과 함께 ‘한국 가요계의 3대 보물’로 일컬어지는 그의 별세에 가요계는 비통함에 빠졌다. 고인의 빈소에는 KBS ‘전국노래자랑’의 명MC 송해를 비롯해 대한가수협회장 태진아와 하춘화, 김창렬, 조항조 등 수많은 가수가 찾아 고인을 추모했고 인터넷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한국 가요의 산증인인 고인은 최근까지도 전통가요사랑뿌리회 명예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전통가요 살리기에 앞장서왔다.

고인은 191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38년부터 태평레코드사 전속 가수로 활동하면서 ‘불효자는 웁니다’, ‘꽃마차’ 등을 불러 인기를 얻었다. 7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산장의 여인’, ‘열아홉 순정’, ‘아빠의 청춘’, ‘소양강 처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평생 5000여곡을 작사했고, 전국 10여곳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고인은 한국인의 한과 정서를 다뤘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녹여낸 노랫말로 우리 시대를 대변해온 대표적인 예술가였다. 초기 ‘진방남’으로 활동하다가 1942년부터 노랫말을 지으며 ‘반야월(半夜月ㆍ반달)’이란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광복 이후에는 작사가로 주로 활동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와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맞아 탄생한 대표적인 곡으로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주옥같은 노랫말은 백설희, 김세레나, 하춘화, 남진, 나훈아, 은방울자매 등 수많은 가수가 불러 히트곡이 됐고,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다.

일제강점기 말에 ‘조국의 아들’,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등 친일 군국가요를 부르고 작사한 전력 때문에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그는 2010년 이를 두고 “매우 후회하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생전 ‘박달재 수목장’을 원해왔던 고인은 이제 제천시 백운면 백운사에 있는 박달재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장례는 한국가요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경분(92) 씨와 2남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330호)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30일. (02)3010-2000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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