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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데미안 허스트 작품은 ‘고위험-고수익 정크본드’?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47)는 세계 현대미술계를 쥐락펴락하며, 다양한 작품들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통해 선보여지고 있고, 엄청난 고가(高價)에 각국 미술관과 컬렉터에게 성황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 때문에 내로라하는 유명 현대미술 컬렉터들이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그가 주축이 된 yBa(젊은 영국미술가 그룹)는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악동(惡童)’이라 불리는 그는 어떤 작업을 하든지간에 큰 이슈를 모으며 끊임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영국 정부가 ‘제30회 런던하계올림픽(7월27일~8월12일)’을 기념해 여는 현대미술전의 주인공 또한 데미안 허스트다. 런던 테임즈강변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지난 4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전을 개막했다. 오는 9월 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허스트의 기념비적인 대작(예를들면 ‘상어’작품)이 모두 포함됐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오일부국(富國) 카타르가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고위험, 고수익의 정크본드’라 주장한 이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의 예술세계에 대해, 작품의 가격에 대해 그 누구도 비판하기 쉽지않은 작금의 상황에서, 그의 작업에 대해 ‘고약한 냄새가 난다’ ‘그는 예술가라기 보다는 재주 없는 사기꾼’이라 강변한 이가 나온 것이다.

지난 4월 1일(현지시각) 데미안 허스트 작품의 예술성과 경제적 가치를 해부한 책 ‘Con Art(현대미술을 조롱하듯 압축한 말), 왜 당신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팔 수 있는데 안 파는가’(Con Art-Why you ought to sell your Damien Hirsts while you can)를 펴낸 줄리안 스팔딩(Julian Spalding)이 그 주인공이다. 


미술비평가인 스팔딩은 이 책에서 데미안 허스트가 예술가가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강변했다.

"어떤 사람들은 데미안 허스트가 위대한 예술가(아티스트)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형편없는 예술가라 하고, 또다른 이들은 그를 좀 지루한 예술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는 예술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들이 런던 테이트 모던에 블록버스터 회고전(런던올림픽 기념전) 방식으로 장장 다섯달간 내걸렸으니, 아마도 구름같은 군중이 모여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예술적 콘텐츠가 없고,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없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없다".



이어 저자는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작품이 후대에선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상어를 집어 넣은 문제의 작품은 억만장자 스티브 코헨(Steve Cohen,SAC캐피털 어드바이저스 회장)이 1200만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이미 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고수익 상품인 것은 분명하나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문제가 되기 전에 처분하라는 주장을 펴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했다. 

"당신이 만약 수조 속에 절여진 상어 작품을 원한다면, 미국의 억만장자 스티브 코헨처럼 1200만달러를 주고 이를 살 필요는 없다. 허스트의 예술적 컨텐츠가 하나도 추가된 게 없는데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말이다. 물론 투자를 위해 그 작품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상어 작품에서 예술적 컨텐츠를 찾고자 하는 향후 사람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그들이 원하지 않으면, 당신은 무슨 일을 할 건가? 수조 속 상어는 당신이 산 건데 말이다".


스팔딩의 독설에 가까운 비판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데미안 허스트는 끄떡도 않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테이트 모던에서 개막된 자신의 작품전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예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통화(화폐)다"(Art is world‘s greatest currency)라며 스팔딩의 혹독한 비평에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한편 허스트의 작업방식에 대해 영국의 선배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75)는 “조수들을 고용해 작품을 쏟아내듯 만드는 그의 작업은 모욕감(insulting)을 느끼게 한다. 작품은 작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허스트는 "나의 조수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페인팅 솜씨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런 일(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쉽게 싫증을 느낀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사진= 테이트 브리탄 >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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