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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 라이징 스타’ 무대서 만나는 피아니스트 윤홍천ㆍ잉골프 분더, “숫자보다 중요한 건…”
[헤럴드경제=황유진기자]‘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조건으로 ‘자기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가’ 를 꼽는다. 또 재능있는 젊은 후배들이 콩쿠르에만 천착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선배 피아니스트의 이 같은 생각에 크게 공감하는 이들이 있다. 콩쿠르 1등 입상 같은 이력 없이도 ‘자기만의 소리’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두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잉골프 분더다. 오는 10~1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세종 라이징 아티스트 초청 시리즈의 일환으로 ‘쇼팽을 만나다’ 무대에 오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피아니스트 윤홍천, “쇼팽, 그가 쓴 시를 들어보시겠어요?”

“2009년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를 했어요. 솔직히, 조금만 더 하면 1등상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들었지만 더 이상 콩쿠르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피아니스트 윤홍천(30)은 지난해 독일 바이에른 주(州)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그가 녹음한 슈베르트 후기 작품이 프랑스 디아파종지로부터 ‘5 디아파종(Diapasonsㆍ영국의 그라머폰상에 버금가는 권위있는 음반상)’를 받았다. 콩쿠르 1등 입상 이력 없이도 유럽에서 인정받으며 피아니스트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오는 10일에는 교향악 축제의 일환으로 인천시향과 라흐마니노프 3번 협연, 이어 12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라이징스타 무대에 오르고 8월께는 독일에서 음반도 나올 예정이다.

그는 “제 감성으로 해석한 악보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피아니스트로서의 인생이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1등 연주자가 돼야만 롱런하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예술가가 한정된 레퍼토리 안에서 도전 없이 안정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대중과 오래 호흡할 수 없다는 것.


윤홍천은 베토벤보단 쇼팽이나 모차르트를 더 좋아한다.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색깔이 확연히 다른 무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소설이라면 모차르트나 쇼팽은 일기장이나 시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잉골프 분더는 루빈스타인 스타일의 힘있는 쇼팽을 연주한다면, 저는 쇼팽 안에 있는 연약하고 섬세한 감성을 찾아 들려 드리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 “5년간 절치부심, 납득할 수 없는 2등…그래도 내 소리는 없어지지 않아”

2010년 바르샤바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2등상에 오른 오스트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27). 5년 전 같은 대회에서 수상에 실패했던 터라 기뻐해야 할 결과였다. 하지만 관객상, 특별상까지 휩쓸고도 1등이 아닌 2등에 머무른 건 납득하기 힘들었다. 5년간 절치부심했기에 실망감도 컸다.

그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왕이면 1등상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지난해 1월 도이체 그라머폰에서 첫 음반도 발매했고 협연 무대도 많이 갖고 있다”면서 “이번엔 한국에서 첫 무대를 갖게 됐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팽을 연주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더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그는 1955년 쇼팽콩쿠르 수상자인 아담 하라셰비치(Adam Harasiewicz)를 사사하며 쇼팽을 깊이 탐구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쇼팽의 작품에 녹아 있는데, 악보를 통해 ‘쇼팽스러운’ 해석을 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쇼팽이야말로 나와 가장 잘 맞는 작곡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쇼팽 콩쿠르 몇 등 연주자인지는 그래서 더 이상 중요치 않다. ‘분더표 자신감 있는 쇼팽 선율’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

그는 오는 10일, 11일에 있을 라이징 스타 무대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실내악곡 편곡으로 들려준다. 분더는 또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아티스트 같은 김기덕 영화감독을 좋아하고, 비빔밥과 불고기를 꼭 먹어 보고 싶다”며 한국문화를 빨리 경험해 보고 싶다”고 개인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hyjgogo@heraldcorp.com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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