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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개는 닥본사·2개는 다운…수목드라마 ‘즐거운 고민’
‘더킹’‘적도…’ ‘옥탑방…’
독특한 소재 높은 완성도
시청자는 골라보는 재미
제작자는 대진운에 죽을 맛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개인적으로 수목드라마 3개가 모두 너무 재미있다. 완성도도 높다. 시청자들에게도 시청률로만 판단하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고, 제작자 입장에서는 대진운이 안 좋아 죽을 맛이다.

‘더킹투하츠’에서 하지원, 이승기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 처음으로 목욕 노출신까지 선보인 이승기는 능청맞게 연기를 잘하고, 하지원의 북한 말투는 웬만한 ‘랩’보다 듣기 좋다. 다만 전달 방법에서 시청자를 확실히 붙잡지는 못하고 있다.

남한 왕제 이재하(이승기 분)와 북한 교관인 김항아(하지원)의 계속되는 ‘밀당’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고, 다국적 군사복합체 ‘클럽 M’ 회장 김봉구(윤제문)가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게 약점이다. 이재하와 김항아의 만남을 통해 이질적인 두 환경이 만들어내는 갈등적 요소와 소통적 요인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면 한다. ‘소녀시대’의 티파니 타령으로 계속 끌고갈 수는 없다. 

수목드라마 3개가 각각 차별화된 내용에 완성도도 갖추고 있어 시청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킹투하츠’ ‘적도의 남자’ ‘옥탑방 왕세자’.

‘더킹~’은 간혹 ‘스토리’가 ‘스타일’에 묻힐 때가 있다. 특히 윤제문이 초반 마술을 하고 크레인을 부리는 과도한 설정은 오히려 역할의 활용도를 떨어뜨린다. 이 과정만 잘 정리되면 멜로에 새로운 의미까지 담고 있는 명품 드라마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반면 ‘적도의 남자’는 1~2회에 웬만한 스토리를 다 방출해버렸다. 그런데도 긴장의 끈이 조금도 풀어지지 않는다. 점점 극대화되는 인간의 욕망과 야망, 복수극이라는 통속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과정의 장치들을 궁금증 유발이나 충격적인 폭로의 ‘막장적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리 공개해버린 자극적인 장치들, 사건의 전후는 비교적 단순하다.

‘적도의 남자’의 관전 포인트는 상황 속에서 흘러가는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다. 소재는 통속적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극적이고 정교하며 품격까지 갖췄다. 순간순간 인간의 본성이 읽혀지며 스릴러적 재미를 준다. 이 점은 ‘태양의 여자’에서도 시도했던 김인영 작가의 내공이다. 선우(엄태웅)는 자수성가했지만 불안한 김영철과 공부 잘 하는 자식 장일(이준혁)의 장학금을 마련하려는 장일 아버지 이원종, 이 두 사람의 욕망에 의해 길러준 아버지(이대연)를 잃고 자신도 실명하는 등 벼랑 끝에 몰려있다. 선우는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인 장일에게 서서히 복수극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재활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복수의 대상인 장일의 집에 머물고 있는 선우는 과거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이를 밝히지 않는다. 선우가 복지관에서 책을 빌릴 때 지원(이보영)이 왜 사람을 믿지 말고 경계하라는 이런 책들을 빌리느냐고 묻자 “등뒤에서 비수를 꽂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고 말할 때 시청자들은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적도의 남자’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드라마다. 게다가 활화산 같은 엄태웅의 동공 연기, 분신 같은 친구를 배신하고 아픈 비밀을 갖게 된 이준혁의 연기도 감정을 몰입하게 한다.

‘옥탑방 왕세자’는 멜로극의 단순구도를 ‘타임슬립’을 활용해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 재벌 2세남과 캔디녀를 300년 전 조선시대 왕세자 이각(박유천)과 자신을 거둬준 청과물 가게를 꾸려가는 여자 박하(한지민)로 변주했다. 당연히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해 충돌하고 해프닝이 많이 생긴다. 라면과 오무라이스에 집착하는 이각과 신하 3인방은 코믹하다.

이각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회장의 실종된 친손자 용태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재벌남과 캔디 구도도 겸한다. 코믹과 멜로를 동시에 선보이는 박유천은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짧은 연기 경력임에도 쉽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다. 청순가련녀를 주로 연기해온 한지민은 조선시대에서 온 왕세자와 신하 3인방이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혼내는 억척녀의 모습도 잘 어울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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