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할리우드 영화 ‘배틀쉽’으로부터 시작됐다. 4월 11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야 상영’을 실시한 ‘배틀쉽’은 전국 327개 스크린에서 4만 3230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는 실질적인 정식 개봉으로 당초 11일 맞 승부가 예정됐던 한국 영화 ‘간기남’보다 하루 앞선 ‘변칙개봉’이다.
이는 초반 관객수를 부풀려 개봉 전 입소문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일종의 편법이다. 앞서 많은 영화들이 이 같은 변칙개봉을 통해 비난을 샀다.
문제는 이런 편법으로 인해 여타 영화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피해는 당초 같은 날 개봉예정이었던 ‘간기남’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표면상으로는 ‘간기남’보다 월등히 앞서가는 듯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총 제작비 22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인 ‘배틀쉽’은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수를 노리는 대형 극장 CGV와 롯데시네마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CJ와 롯데로 양분된 국내 대형 배급사 파워에서 밀리는 쇼박스 배급의 ‘간기남’은 상영관수를 제때 열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예매율에서 높은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실제, 지난주 예매 오픈 당시 4월 2주차 주말까지 열린 ‘배틀쉽’과 달리 ‘간기남’의 상영관수와 예매 가능 일은 현저히 낮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때문에, ‘간기남’ 사전 예매를 원하는 일부 관객들의 항의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간기남’의 예매는 실질적으로 10일 오후, 비로소 열려 ‘간기남’과 ‘배틀쉽’의 예매율 비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오랜만에 외화의 역습이라는 분위기지만, 실질적인 승부는 주말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봉일을 앞당기고 유료시사의 규모를 늘리는 등의 편법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공정한 싸움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간기남’의 경우, 성인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로 현장 발권이 사전 예매율보다 높은 한국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이던 일부 극장가도 높아지는 ‘간기남’의 열기에 상영관수를 긴급히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간기남’의 파워가 만만치 않게 전개될 예정이다.
‘간기남’과 ‘배틀쉽’이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펼칠 한판승부에 4월 극장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준용 이슈팀기자 / iss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