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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치기 “타협?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노래 들려주기 위한 방편”(인터뷰)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는 배치기입니다’를 외치던 힙합듀오 배치기가 4년 만에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3월 말 따스했던 어느 날 강남 모처의 카페에서 배치기를 만남을 가졌다. 무대 위의 강렬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동네오빠같은 친근함과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배치기. 지금까지 못다한 그들의 진솔한 음악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로 오랜만의 컴백이다. 지난 2009년 ‘367’일 앨범을 낸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탁은 지난해 4월 무웅은 9월 소집해제했다. 그 동안의 근황과 앨범 준비 과정이 궁금해졌다.

“작업하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진 않았어요. 소집해제 후 앨범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느라고 방황하는 기간이 있었어요.”(탁)

“2년 동안 대체 복무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어요. 현재 음악 시장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새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더라고요.”(무웅)



이들의 거듭되는 고민과 끊임없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번 미니앨범은 타이틀곡 ‘두마리’를 비롯해 ‘콩깍지’, ‘아는 남자’ 등 총 5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두 마리’는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힌 요즘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저마다 다른 고민들 속에서 ‘언제쯤 사람답게 살아볼까’라는 의문에도 희망을 품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동물적 영감을 얻어 스스로 ‘두 명’이 아닌 ‘두 마리’가 됐다.

또한 한국의 대표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 랍티미스트가 프로듀싱을 맡아 곡의 완성도를 더했으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최강의 펑크 소울 빅밴드 Hot Pants Road Club의 브라스 파트 멤버들이 직접 연주해 곡의 흥을 돋군다.

“‘두 마리’라는 제목은 사람인데 사람같지 않고 현실에 갇혀 동물처럼 살고 있는 요새 젊은이들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예요. 가사 자체도 많이 무거워요. 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신나요. 배치기가 갖고 있었던 색깔을 그대로 가져왔어요.”(탁)

“‘두 마리’의 특징 중 하나가 브라스 연주가 들어갔다는 점이예요. 3집 때부터 관악기 소리를 음악에 넣어보고 싶었어요. 생각처럼 잘 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기간에 관심 갖고 공부하다보니 어떠한 식으로 풀어내야겠다는 방향이 보이더라고요. 들어보시면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실겁니다.”(무웅) 



“이번 앨범에 랍티미스트 프로듀서가 참여했어요. 저희의 음악적 기표점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형이에요. 또 뉴올리언스 형도 저희 앨범에 참여해주셨어요. 저희가 음악적 방황을 할 때 가장 먼저 찾아갔던 형이에요. 뉴올리언스 형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이번 컴백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두 사람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탁)

배치기는 지난 2005년 데뷔 때부터 함께해온 스나이퍼 사운드를 떠나 휘성, 마이티마우스, 에일 리가 소속된 YMC엔터테인먼트로 새 둥지를 틀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저희가 불화가 있어 스나이퍼 사운드를 떠났다는 말들이 많은데 가장 큰 계기는 회사의 틀을 벗어나 독립적인 방향으로 음악을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또 스나이퍼 사운드에서는 저희가 음악 말고도 비즈니스, 마케팅 등에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아는 형님의 소개로 현재의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게 된거죠.”(탁)

“현재 소속사에서 저희를 음악적으로 많이 존중해주세요. 메이저 회사다보니 음악적 터치가 있었으면 힘들었을텐데 저희 의견 자체를 많이 수렴해주시니까 결정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무웅)

리쌍, 다이나믹듀오, 슈프림팀, 바비킴 등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며 힙합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예전 가요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 중 하나다.

“아직까지 힙합이 대중화 된 장르는 아니에요. 그 분들이 TV 프로그램에 나가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리쌍, 다이나믹듀오 형님들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무웅)

배치기에게도 많은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리쌍, 다이나믹듀오 형님들은 음악적으로 인정과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에서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음악 하나 하기도 벅차네요(웃음) 현재 저희는 음악에 대한 아쉬움이 많기 때문에 그런 갈증들이 해소가 됐을 때 한 번 생각해보려고요.”(탁)

무웅과 탁은 83년생 동갑내기다. 13년 전 처음 만났던 이들은 어느새 서른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군 복무도 마쳤다. 여러모로 음악적 변화나 생각이 많아지는 시점이 아니었을까.

“저희가 나이에 대한 자각이 없어요. 음악 하는 동안은 계속 그럴 것 같아요. 서른 전에는 뭔가 대단한 감정을 느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되고나니 별 것 없더라고요.”

“대체복무를 하면서 저희의 위치에 대해 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요. 데뷔 후 공연을 다닐 때 저희는 배치기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만 찾아다니고 음악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무대에 섰어요. 그 곳에는 저희에게 열광해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훈련소에 들어가서 일반인들과 섞이다보니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무웅)



“저희 둘 다 피해의식 성향이 좀 강한 편이예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서 해석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짙어요. ‘넘버3’와 ‘마이동풍’이 그런 성향들이 강했던 곡이죠. 가사도 예전에는 직설적인 편이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다보니 생각이 유해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에는 가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어요.”(무웅)

“이러한 변화에 대해 타협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단지 듣기 좋게 이야기 하는 방법, 좋은 말로 타이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여겨주셨으면 해요. 제가 초등학교에서 대체복무를 했는데 아이들이 저를 보고 ‘가수 아저씨’라고 부르더라고요. 근데 막상 제 노래 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노래가 없는거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예요.”(탁)

“저희 음악적 색깔은 더 깊어졌어요. 저희 멤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 뿌리는 계속 지켜나갈 생각이입니다”(무웅)

다시 한 번 비상을 향한 날갯짓을 하려는 배치기에게 이번 앨범 각오과 목표를 들어봤다.

“저희가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중들에게 잘 전달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지금 회사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음악만 생각할 수는 없어요. 상업적으로도 잘 됐으면 해요. 같은 음악이라도 제대로 포장을 못하면 그 음악은 묻히게 되잖아요. 다행히도 좋은 회사를 만나 그 부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저희도 회사에 도움이 되야죠.(탁)

“타이틀만 위한 음악을 하진 않을 거예요. 소장가치가 있는 곡을 만들어야죠. 여름이 지나면 미니 앨범이 한 번 더 나올 계획이예요. 이번 앨범과 다음 앨범 모두 CD가 나와요. 음원이 중심이 된 후 음반판매량은 줄고 있는 가운데 저희가 꾸준히 CD를 내려면 좋은 음악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야겠죠. 그러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할 계획입니다.”(무웅)

유지윤 이슈팀기자 /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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