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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신창훈> 경제성장과 복지, 그리고 ‘이스털린 패러독스’
소득 늘어도 행복하지 않아
프랑스·영국 등 선진국가
삶의질 반영한 지수개발 고심
우리도 새 행복지수 개발해야


1974년 미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 불리는 이론이다.

이스털린은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 30개 나라의 행복도를 연구한 결과, 방글라데시 같은 가난한 국가의 행복지수가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한 국가 안에서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국가 간 비교를 해보면 행복지수와 1인당 소득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후 자신의 이론을 반박하는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자 이스털린은 2010년 내놓은 새 논문에서 한국 등을 예로 들며 기존 논리를 거듭 주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었는데도 삶의 질은 높지 않은 우리나라를 ‘이스털린 역설’의 전형으로 언급했다.

지난 2일 유엔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점대 후반으로 150개국 중 56위에 머물렀다.

유엔 행복보고서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50개국에서 1개 국가당 15~60세 인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유엔 새천년개발프로젝트 책임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 서문에서 “경제학, 심리학, 의학, 사회학 등의 오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행복지표를 산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Better Life Initiative)를 봐도 한국의 종합평가 순위는 34개 회원국 중 26위로 하위권이었다. OECD는 소득, 주거, 건강, 일ㆍ가정의 조화, 교육, 사회활동, 거버넌스, 환경, 안전, 주관적 만족도 등을 평가해 삶의 질을 수치화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로 행복 또는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모델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지시로 ‘경제성취와 사회발전 측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을 위원으로 위촉, GDP 개념을 삶의 질과 지속 가능성의 기준으로 재구성한 행복지수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자국 통계청에 국민들의 주관적 행복도가 포함된 일반웰빙지수(GWB) 개발을 주문했다.

주관적 행복지수 세계 1위로 잘 알려진 불교국가 부탄은 GDP 대신 국민총행복지수(GNHㆍGross National Happiness)를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 목표로 채택하고 정책에 적용하고 있다.

‘인간 본성의 철학적 기본 명제인 행복을 객관화할 수 있느냐’는 물음과 논쟁은 고리타분하다. 중요한 것은 행복의 기본 조건 완성을 위해 노력하느냐는 점이다.

왜 우리가 이스털린 패러독스의 전형으로 취급돼야 하나. 정부도 이제 측정 가능한 국민 행복지수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에 대한 해답 찾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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