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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살 아이가 “감사합니다람쥐~”...엄마 충격
[헤럴드경제= 황혜진 기자] 어린이집을 다니는 4살 된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조모(31ㆍ여)씨는 얼마 전 딸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들어 올리며 “다담쥐(다람쥐)~”를 연발한 것. 언제부턴가 “고래~?”란 혼잣말을 하며 ‘까르르’ 웃기도 한다. 주말 아침 재방송하는 한 TV 개그 프로그램을 켜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조씨는 “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남편과 상의한 뒤 TV를 없앴어요”라고 말했다.

6세 유치원생 아들을 둔 학부모 장모(41)씨는 아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 충격을 받았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들이 심심한듯 “친구야~ 친구야~친구야~‘저승길’도 함께 가자~”란 가사의 노래를 부른 것.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를 개사한 것. 깜짝 놀란 장씨는 아들에게 “저승길이 어딘줄 알아?”라고 물었고 아들은 해맑은 얼굴로 “응, 지금 가는길~”이라고 대답했다고. 장씨는 “운전하다가 급정거할 뻔했다”며 “뜻도 모르고 그냥 말한 것 같은데 아이 교육상 너무 안 좋은 것 같다. 못보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TV의 한 개그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각 코너의 ‘유행어’가 8세 이하 미취학 아동들에게까지도 무분별하게 확산되며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어법에 맞지 않은 표현은 물론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풍자 코너를 통해 무작정 비꼬는 듯한 시각을 갖게 되는 점도 우려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TV 개그프로그램 시청을 금지시켜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원생들 사이에서 유행어 사용이 크게 늘면서 언어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얼마 전 발표회 때 원생들이 “감사합니다람쥐~, 안녕하십니까투리~, 여보세요플레~” 등을 남발하자 유치원 원장이 급하게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

A유치원 관계자는 “개그 프로그램은 15세 이상 시청이 가능한데 6~7세 원생들이 무분별하게 시청을 한 뒤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까지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유행어’에 노출되는 건 언어와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성숙 한국유아교육센터 대표는 “어법에 맞지 않는 유행어에 익숙해지면 그것이 ‘표준’이라고 생각하게 돼 올바른 언어습관을 형성할수 없다”며 “특히 아직 심리,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고 구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유아에겐 안 좋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 역시 “아이들은 유행어의 리듬감 때문에 쉽게 따라할 수 있다”며 “유행어에 익숙하다보면 문장력과 표현력에서도 문제를 일으킬수 있고 제대로 된 표현보다 유행어식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대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정 한국아동상담센터 소장도 “아이들이 유행어를 사용하는 것은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동료친구들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관심을 받고 싶다는 표현으로 정서적으로 결핍된 아동일수록 이런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녀들의 TV시청을 차단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이미 유행어가 또래 집단의 공통 행동양식이 돼버렸기 때문에 자녀를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소위 ‘왕따’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단순히 환경을 차단하기 보다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어, 조절할수 있는 능력을 가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평소 아이들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져줘 아이가 유행어에 길들여지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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