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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한지숙> 법의 무풍지대에 놓인 종편
‘종편’이 우리 방송법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당시 (지상파)방송법과 종합유선방송법이 따로 있던 것을 지금의 방송법으로 통합하면서, 케이블의 전문 편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상파처럼 편성하는 경우를 ‘종합편성’으로 표현했다. 종편은 이렇게 단순히 법리상 필요에 의해 등장했던 개념이다.

지상파, 종합유선 단 둘뿐이던 미디어 환경은 그 뒤 2002년 디지털위성 등장, 다채널 보급 확산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e메일과 정보검색 수준에 머물렀던 인터넷과 모바일은 동영상과 뉴스를 강화하며 미디어의 옷을 갖춰 입었다. 한류가 시작됐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05년 무렵엔 외주제작 활성화를 위한 ‘외주전문 채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종편사업자 선정 논의가 이때 시작됐다. 신문방송 겸영, 통신방송 융합, 대기업 소유 제한 완화 등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면서 결국 종편은 6년이 더 지나고서 2011년 12월에나 출범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이젠 스마트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됐다.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서일까. 요즘 인기드라마 속에서 조선시대 왕세자가 현대사회에 와서 적응 못하듯, 종편은 출범 6개월도 되기 전에 요절할 분위기다. 종편 4곳 중 1곳은 방송 중이던 드라마를 조기 종영시키고, 당분간 신규 드라마 제작을 하지 않기로 했다. 1곳은 낮시청 시간대를 과거처럼 종합경제 편성으로 복귀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나머지 2곳도 절반 이상이 재방송 편성이다.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등 종합적인 편성은 포기다. 급기야 대금 미지급, 계약의 일방적 철회 등으로 인해 외주제작사와의 분쟁이 터졌다.

그런데 10여년 전의 법령만으론 종편의 퇴행을 막을 도리가 없다.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관해선 ‘오락물 50% 이내’만 있기 때문이다. 오락 편중을 막기 위한 이 제한 규정이 오히려 종편에겐 퇴로다. 적당한 시사교양물과 미국 드라마만 틀어도 법상 무방하기 때문이다. 종편 부작용을 막을, 보다 세밀한 잣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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