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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의 거대한 뿌리, 아리랑이 온다
‘천지진동 페스티벌’두번째 버전은 아리랑 지키기…내달 2일 수원서 풍물단 1200명 등 참가 대규모 축제
사할린의 동포가 부르는 ‘아리랑’.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낯익은 가락과 장단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리랑’은 두 가지 서로 다른 특성으로 규정된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그것이다. 전 세계에 두루 걸쳐 한 단어로 통하는 아리랑은 놀랍게도 지역마다 그 장단이나 멜로디가 다르다.

수백년간 아리랑이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이런 두 가지 특성 덕분이다. 지역문화와의 컨버전스(융합)는 다른 민요와 달리, 아리랑만이 지닌 생존 방식의 하나다.

▶우리 민족성과 ‘아리랑’이 가진 놀라운 적응력= 아리랑엔 세계적 공통성과 민족적 개별성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특정 요소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리랑이 수세기 동안 다른 지역과 융합해 생존할 수 있었던 요소로 어원의 친숙함을 꼽았다.

사물놀이의 대가이자 이번 두 번째 천지진동 페스티벌 ‘아리랑 아라리요’에서 총예술감독을 맡은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 ‘아리’ ‘아라리’란 어원이 전 세계적으로 1000가지가 넘는다”며 아리랑이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나 친숙하기에 잘 스며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에너지가 충만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아리랑의 정신 역시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요소다.

이 밖에도 리듬과 선율 등에서도 보편적인 세계 문화적 요소가 있다. 김 교수는 “3박자 계열의 아리랑도 있고, 2박자 혹은 4박자 계열의 아리랑도 있다. 또 이런 박자들이 혼합된 혼합박자 리듬으로 구성된 아리랑도 있다”며 “때로는 신명나고 흥이 나지만 한이 서린, 느린 리듬도 공통적 소통 요소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가락이나 장단에서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공통적인 요소인 어원적 특성이 있는 동시에,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민족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우리 아리랑= 아리랑은 전 세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이나 중남미 연해주 만주 중앙아시아 등 한민족이 있는 어느 곳이든 아리랑 하나로 한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뿌리는 분명 같은데 2~3세대를 걸쳐 구전된 아리랑은 지역별로 서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의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미국 이주역사와도 함께한다. 하와이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과거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일본의 압제를 떠나 먼 이국 땅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노고를 그대로 담고 있다.

김 교수는 “‘ ‘하와이 아리랑’은 영어, 원주민 문화와 함께 융합된 한스런 가사를 담고 있을 것이고, 동시에 아리랑이 가지고 있는 진취적 기운과 한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사할린의 우리 동포 역시 비슷한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풍파 사나운 바다를 건너/한 많은 남화태(南樺太ㆍ남사할린 섬) 징용 왔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철막 장벽은 높아만 가고/정겨운 고향길 막연하다….”

일본에 강제징용돼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할린의 우리 동포는 고향에 가지 못한 한을 이렇게 아리랑을 통해 풀었다.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옌볜 지역에도 아리랑이 있다. 조선족들은 ‘옌볜 아리랑’을 부르며 한민족의 정기를 이어가고 있다. 만주독립군들의 아리랑 등이 세대를 걸쳐 구전되고 있는 중국 동포의 아리랑은 최근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과 함께 빼앗기지 말아야 할 우리의 무형적 유산이기도 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아리랑 지키기= 중국 정부는 동북 3성의 문화를 중국 문화로 편입하고 아리랑을 빼앗기 위해 동북공정과 함께 아리랑을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무형문화재)으로 선정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항해 국내 무형문화재법 개정과 함께 문화재로 등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6월 2일 경기도와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천지진동 페스티벌 아리랑 아라리요’ 역시 이런 아리랑 지키기 노력의 하나다.

김동규 김동호 박정자 박찬호 손숙 송승환 안성기 안숙선 윤도현 임권택 이병우 차인표 이승철 황병기 효린 등 각계 인사도 행사에 동참해 아리랑 지키기에 나섰다.

김 교수는 “K-팝(Pop), 아이돌 가수, 드라마 등으로 상징되는 한류의 근본문화는 아리랑이고, 세계와 공유해오던 것”이라며 “중국도 물론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그들과 싸울 필요 없이 아리랑이 우리의 문화라는 걸 점잖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전통연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200명의 풍물단과 1000명의 연합합창단, 200여명의 군악대, 150명의 경기도립국악단과 경기도립무용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기획됐다.

행사는 추후 광고로 제작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아리랑을 홍보할 예정이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홍보기획감독을 맡는다. 이 밖에 예술영화감독인 전규환 감독이 연출을,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아리랑이 한류의 근원으로 꾸준히 남을 수 있도록 그 근본을 찾고 새로운 재조명의 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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