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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서 재발견된 스타의 소통법 3가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예능 프로그램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요즘, 예능을 통해 재발견되는 스타도 많다. 작품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면이 드러나거나 작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자세히 보면 화법과 소통법에서 대중이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요소를 지녔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으로 웃겼는지가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나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에서 호감도를 느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리얼 시대라고 마구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또 지나치게 겸손을 떨어도 가식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따라서 시청자는 이를 통해 어느 선까지 솔직해야 하는지,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참고해볼 수 있다.

▶김응수, 후배를 폭로하면서도 ‘윈윈’하는 화법

배우 김응수(51)는 최근 ‘라디오스타’에서 재발견된 스타다. 드라마 ‘추노’ ‘해를 품은 달’, 영화 ‘부러진 화살’ 등에서 보수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회한 역할이나 악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 김응수는 진지함이나 근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코믹한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예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남을 비하하는 토크다.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야 자신이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른 사람의 단점이나 비밀을 폭로해 재미를 유발하려는 방식은 자칫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김응수는 후배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들의 전혀 다른 면모를 폭로했지만 모두가 재미있어 했다. 극단 목화 단원 시절 송강호가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행님 행님, 라면좀 사주세요’라고 했다고 말했으며, 나눔과 단정의 아이콘 차인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담패설이야”라고 했다. ‘해를 품은 달’로 여성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수현에 대해서는 “재미가 없어서 여자친구를 사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후배를 모두 ‘한방’에 보내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거론된 후배는 오히려 새로운 모습이자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점을 알게 돼 좋았고, 김응수에게선 빛나는 유머감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것이 김응수가 ‘라디오스타’에서 ‘포텐(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자 코미디 배우로서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기자가 얼마전 김응수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청산유수의 입담과 만만치 않은 인문학적인 내공이었다. 원래 배우가 아니라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음인지 세상에 하고싶은 이야기와 전하고싶은 메시지가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시종 진지하게만 했다면 인터뷰가 2시간을 넘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깨알 같은 유머감각과 삶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저 사람이 내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 김응수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응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역을 맡으면 진짜 무섭게 여겨지지만 분장하지 않은 맨얼굴로 만났더니 그냥 아저씨였다. 386세대가 50대에 접어든 그런 모습이었다.

▶차인표, ‘괜찮다면 한 번 해보는 게 어때요’식 소통법

차인표(44)가 ‘힐링캠프’에서 보여준 소통법도 기억해둘 만하다. ‘힐링캠프-차인표편’은 SBS가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 중ㆍ고교에 배포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이 나왔다. 스타 한 사람이 방송에서 기부와 봉사활동을 권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동하는 시대는 지났다. 차인표의 소통방식이 통했기 때문에 그가 후원하는 국제아동양육기구인 한국컴패션에 결연을 지원하는 사람이 폭증한 것이다.

차인표의 공개입양과 기부, 해외봉사는 ‘힐링캠프’를 통해 처음 알려진 게 아니다.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소통법에 공감해 큰 반응이 나왔다.

차인표는 보통사람과 같은 삶을 살아오다 해외봉사 참가를 계기로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조금의 반감도 보이지 않았다. MC 이경규를 술집에 불러내는 최사장과 박사장의 삶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진심에서 나온다.

차인표는 정치에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혀놓고 간간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평소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치에 대한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소셜테이너가 아닌 휴머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차인표는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전하면서 MC가 묻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변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갔다. 심각하게 개념찬 행동을 하나하나 늘어놓는 식이 아니었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격앙ㆍ흥분하기도 했다. 강의 잘하는 특강 강사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차인표는 나눔과 봉사를 자신이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의 과거처럼 살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고 자신의 지금 삶을 주위에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신은 성인군자도 아니며, 대단한 신념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살았고, 지금은 이게 더 좋다. 당신들도 이게 괜찮다고 생각되면 한번 해보는 게 어때’라는 식의 소통법이다. 진심은 진심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전달되는 게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패티김, 신비주의적인 거장의 소통법

가수 패티김(74)은 ‘힐링캠프’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지 않는 사람의 소통 스타일을 보여주며 거장임을 입증했다. 패티김은 대중에게 친근하거나 편한 스타는 아니었다. 도도하고 신비주의적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항상 품위와 격조를 따졌으며 날씬한 몸매를 위해 피나는 절제의 습관을 유지했다.

패티김은 서민을 대변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인정했다. 자신에게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이 붙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패티김은 “국민가수는 이미자와 조용필, 단 두 사람밖에 없다. 국민의 과반수가 좋아하니까”라며 “나는 국민의 10%만 좋아하는 가수”라고 말했다.

패티김과 이미자는 데뷔연도가 같은 라이벌 관계다. 애조띤 트로트를 불렀던 이미자는 당시 서민 정서를 대변하고 여성의 힘든 삶을 위무해주던 여가수였다.

한국적인 이미지의 이미자에 비해 긴 신장과 몸매로 ‘틸’ ‘파드레’ ‘초우’ 등 스탠더드 팝을 부르던 서양적 이미지의 패티김은 상류층의 우아한 파티문화나 살롱문화에 잘 어울렸다.

패티김은 대중과 멀리 떨어져 신비주의적인 길을 걷다보니 수많은 오해와 루머에 휩싸이곤 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중국적 논란에 시달렸고 ‘미국에서 용돈 떨어지니 한국에 돈 벌러 나왔다’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해명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 패티김도 50세의 갱년기에 접어들며 우울증을 경험했지만 열정과 도전으로 극복했다.

패티김은 “나는 권투선수가 링에 오르는 기분으로 무대에 선다. 3~4분 동안 내 노래로 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당할 것인지가 결정난다”는 말을 후배 가수에게 전하고 시청자에게는 가수로서의 이별을 고했다.

54년간 가수라는 직업으로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뜻밖에 연애도 별로 못했고, 국가대표 운동선수 같은 엄격한 자기관리 시간을 보내온 노가수의 삶을 시청자가 충분히 공감해주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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