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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김재화 “영화 끝날 때 까지 관객 속이고 싶어”
영화 ‘코리아’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됐던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이들의 46일간 뜨거운 도전을 담았다. 코리아 팀은 결승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탁구 강국 중국 팀과 맞대결을 펼친다.

극중 현정화(하지원 분)-리분희(배두나 분)와 유독 자주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 선수가 있다. 작품 속 이름 덩야령, 실제 이름 덩야핑. 김재화는 ‘코리아’를 통해 덩야령으로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재화의 첫느낌은 ‘낯설음’이었다. 세련된 의상을 입은 밝은 모습의 그에게서 극중 캐릭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 속 저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중국인으로 착각하세요. 실제 덩야핑 선수와 저는 너무 달라요. 김재화 만의 덩야령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어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속이고 싶었거든요. 일부러 중국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으니까요. 덩야핑이 아닌 극에 나오는 중국 선수 덩야령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덩야핑 선수의 이름을 쓰지 않아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극중 덩야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웃음을 자아냈다. 선수간 미묘한 신경전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을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어요. 덩야령이 웃기는 역할도 아닌데 말이죠. 나중에는 그 역할이 너무 그럴듯해서 관객분들께서 호감을 가져 주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화면에 예쁘게 나오리라는 기대는 안했죠. 오히려 땀 흘리는 덩야령의 모습을 더 좋아해요.”

# 탁구, 쉬운 줄 알았다

김재화는 중국어부터 비주얼까지 완벽한 중국 탁구선수로 변신했다. 그가 등장하는 분량은 많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처음에는 탁구가 쉬울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정말 큰코 다친 것 같아요. ‘라켓으로 공만 보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영화 촬영을 하고 나서 탁구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탁구는 상대를 조정할 수 있는 매력있는 스포츠 인 것 같아요. 촬영 전 5개월 동안 매일같이 연습했어요. 한국 마사회 선수분들과 코치님은 저에게 탁구에 대해 걸음마부터 가르쳐 주신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를 비롯한 ‘코리아’ 배우들은 실제 선수들의 훈련량을 소화해내며 무더운 여름날 비지땀을 쏟아냈다. 그가 연습 시간에 일찍 나오게 된 이유로는 바로 한예리 때문이다.

“예리는 진짜 연습이 몸에 배어 있는 연습벌레에요. 같은 것에 대한 반복은 예리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요. 윤영이도 그러다 보니 서로 일찍 오게 됐어요. 예리랑 가까운데 산 덕분에 같이 다녔어요. ‘너도 잘하고 나도 잘하고 다 같이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김재화는 직접 탁구 일지와 일기장에 그날의 훈련을 적으며 탁구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그가 더욱 자극을 받은 계기는 연예인 탁구단의 감독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연예인 탁구단 감독님이 저희를 봐주셨는데, 과거 그분이 현정화 감독님을 한 번 이긴적이 있데요. 어느 날 감독님께서 ‘재화씨가 제일 못해요. 열심히 좀 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탁구 경기를 하면서 웃고 있어서 그러셨데요. 결국 ‘웃는 모습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무표정으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재화씨 화났어요?’라고 하시는 거 있죠. 하하”

지난 여름 모두가 고생한 만큼 ‘코리아’는 값진 결과를 얻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노력은 더욱 빛이 나고 있다.

# 김재화는 욕심쟁이?

극중 덩야령이 보였던 승부욕은 배우 김재화가 가지고 있는 모습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인터뷰 중 그가 조심스럽게 밝힌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배움’에 대한 강한 욕심이다.

“어떻게 보면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약간 병적인 부분이 있어요. 한국무용, 플라밍고, 그림, 언어 등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배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그가 부리는 욕심은 모두 자신의 연기에 대한 것에서 시작된다.

“연기를 더 열심히, 깊이 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여배우로서 예쁘다는 칭찬보다는 연기 잘하는 개성 있는 여배우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요. 또 지금 제 나이에 있어 다양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재화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딘 시작을 하고 있으나, 느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너무나 많아서 이야기 하기 힘들 정도죠. 지금까지는 어떤 스토리에 뒷받침을 잘 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사건 속에 있는 인물이 되고 싶어요. 장르를 떠나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그는 전작을 비롯한 이번 작품 ‘코리아’를 통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주변인’이 아닌 배우 김재화의 색깔을 발할 수 있는 미래가 머지않았음을 넌지시 기대해 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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