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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FTA, 중국이 더 적극적…MB임기내 타결될 수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하는 한국경제 현실은

고용의 질 저하는 수긍하지만…신분 보장 상용직은 늘고있어
서비스 업종 견조한 성장 긍정적

환율 올라가면 수입물가 상승…물가에 악영향 주는게 큰 문제
대기업 위한 고환율 정책 안써

복지 늘려나가는 것이 맞지만 현 수준서 감당할 수 있는지…
‘웰페어’ 아닌 ‘워크페어’가 돼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말에 있을 대선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위험과 정치일정이 맞물려 내부 위험이 증폭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고환율 정책이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실정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수출을 위해 환율을 이용한 적이 없다”며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지난 15일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가진 재창간 9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은 수긍하지만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신분이 보장되는 상용직이 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헤럴드경제 재창간 9주년에 즈음한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정치 리스크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내부 위험이 증폭되지 않도록 경제를 잘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6월이면 취임 1년이다. 대통령 임기 말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수행할 것 같은데.

▶걱정이 많다. 그때까지 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고, 장기 불황 국면의 한가운데 있어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연말에 대선이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정치 리스크다. 정치일정과 맞물려 위험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유럽이 다시 흔들리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더욱 커졌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국제기구나 외국계 투자기관(IB)은 아직 상저하고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올 1분기가 경기 저점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바닥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3.9% 성장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상했다가 3.5%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3.9%보다는 못한 건 확실하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4ㆍ11 총선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여당이 선전해 여대야소로 귀결이 됐다. 하지만 18대 국회에 비해선 야당이 선전한 거고 여당이 의석을 많이 잃었다. 당초 기대보다는 야당이 좀 못했지만 18대와 비교하면 야당이 많은 의석을 얻은 것이다. 경제전망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7%로 제시했는데, 수정 가능성이 있나.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5%로 낮췄는데, 정부는 6월 성장률 목표치 수정 여부를 결정한다. 아무래도 4~5월 산업활동동향과 고용지표, 수출입지표를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를 3.4%에서 3.2%로, 일자리는 28만명 증가에서 35만명 증가로 수정했다. 성장률은 약간 내리고 경상수지는 약간 올렸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물가 목표치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도 28만명 증가로 봤던 것보다는 좀더 나오지 않겠나 싶다. 경상수지는 고유가 변수가 커서 예단할 수 없지만, 성장률은 전반적으로 당초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방압력이 너무 커 올해 우리가 예상했던 성장을 하더라도 3.7% 달성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 정부는 고용 상황이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실제와 괴리가 있는 것 같은데.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자리 통계를 심층분석해보면 재정지출로 정부가 직접 만드는 일자리는 올해 55만개밖에 안된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고용흐름을 보면 상용직, 즉 무기계약직 일자리가 늘고 임금근로자 비중도 커지고 있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에서 은퇴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잡고 있다. 이 분들은 근로윤리도 괜찮고 저축 성향도 강하다. 직업 숙련도 역시 높다.

특히 상용직이 늘어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이 분들 역시 비정규직인데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 할 수 있겠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신분보장이 되기 때문에 일자리 숫자가 줄지 않고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서비스업종에서 성장세가 견조하게 지속되고 있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업과 기업 간, 개인과 개인 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경제위기 과정에서 악화됐지만, 그렇다고 종전보다 나빠졌는지는 이론이 있다. 특히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배율 등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분배 불평등지수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분명히 개선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정권 들어서 소득분배가 더 개선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1, 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큰 건 분명하다. 종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 때는 중산층으로 분류되던 가구가 분리되면서 부모가구가 극빈가구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평균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소득5분위 배율이 안 좋아지는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면 통계가 갖는 문제점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분배지표 자체가 좋아지기 어려운 딜레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정확히 포착하려면 가구 수의 분화, 가구원 수의 감소를 차감하고 분배 상태의 개선 여부를 포착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주택 등 정부정책의 기준이 돼 있는 4인가족 기준도 바꿔야 한다. 국민주택 기준 등 종전 개념은 좀 낡았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수출 대기업 중심의 고환율 정책’을 먼저 꼽고, 이로 인해 내수침체와 소득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정말 답답하다. 현 정부는 환율을 수출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 심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은 정부 환율 정책의 기본이다. 정부는 원화 환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더 걱정한다. 언론이나 국회에서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을 밀어줬다고 지적하는데, 정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환율이 대기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열티 지급하는 것도 많고, 기본적으로는 환헤지를 해놨기 때문이다. 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고환율로 대기업은 조금 이익을 보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밴더가 이익을 크게 본다.

기업별로 분석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고환율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히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리스 위기가 재부각되면서 환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극심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대책은 뭔가.

▶답변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또 한ㆍ중, 한ㆍ일 간 통화스와프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등 역내 안전망을 충분히 구축을 해놔서 과거와 같은 금융시장의 위기를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이 보유 중인 외화자금의 규모도 충분해 염려할 것은 없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 동안 원화 환율 변동성을 보면 20원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가장 낮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변동폭이 커 좀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부가 갖춰놓은 컨틴전시 플랜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그렇게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본다. 남은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 중지 등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추진할 것이다. 이번 대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푸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취득ㆍ등록세를 깎아주는 것은 지난해 한 번 시행해서 효과를 봤지만, 아예 항구적으로 내리는 것은 모르겠지만 일시적으로 깎아주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고 미래에 부담을 떠넘기는 측면이 있어 고려대상에서 뺐다.

많은 분이 정말 집이 안 팔려서 이사도 못하고 애를 먹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나도 집이 안 팔려서 포기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가격을 보면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은 많이 내렸지만 지방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경착륙 국면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다고 본다. 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더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도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선 할 건 다 한 것 같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이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견해는.

▶우리나라 복지 지출 규모가 OECD 평균의 반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현재 수준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아직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젊은 나라다. 2050년이 되면 두 번째로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와 내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물론 일할 능력이 없는 계층은 정부가 보듬고 가야 하지만, 일하지 않고 복지에 안주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은 차별을 둬야 동기 부여가 된다. 그래서 웰페어(Welfare)가 아니라 워크페어(Workfare)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과 내용을 채워 나갈 것이다. 성장과 복지는 상호 보완적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복지를 얘기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경제의 파이는 계속 키워야 한다.

-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시작됐고 한ㆍ일 FTA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ㆍ중 FTA 협상은 이번 정부에서 타결 가능한가.

▶한ㆍ중 FTA 협상 내용이 다음 정권에 넘어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아예 안 할 거면 모르겠지만 우리 무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FTA를 하지 않는 게 맞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이랬다 저랬다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무적인 차원에서도 중국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이 통 크게 양보해서 FTA 협상이 조기 타결될 수도 있다. 물론 국회 비준은 다음 정부의 몫일 것이다. 한ㆍ일 FTA는 중국과의 협상 속도를 봐가며 해 나갈 것이다.

-전기료 인상 논란이 뜨겁다. 올리나.

▶검토할 게 많이 있는 거 같다. 유가가 많이 올라 한전은 적자가 계속 쌓이고 신용등급 떨어지면 결국 자금 조달 금리가 올라가는데, 그렇게 되면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 또 하절기 전력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가격을 정상화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서는 1년 안에 세 번씩이나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 그동안 한전은 잘했나, 다른 공기업도 원가보상률이 100%에 미달하는데 다른 데는 놔두고 왜 한전 전기료만 올리려고 하느냐는 주장도 있다. 찬반양론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

-하반기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예상하는 난제 3가지와 긍정적인 이슈 3가지를 꼽는다면.

▶하반기 우려되는 난제는 유가 상승, 유럽지역 재정위기와 신흥국 성장 둔화, 북한 리스크 등이다. 23일 있을 이란 핵협상과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하절기 수요 증가로 유가가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주요국 선거 결과에 따른 시장 불안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연결되면 우리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대유럽 수출 감소와 성장둔화가 이어질 경우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

반면 긍정적인 이슈는 재정전전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FTA 효과 확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회복 등이다. 하반기 중 주요 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한ㆍ미 FTA 발효 이후 수출 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한ㆍ중 FTA 추진으로 우리나라 경제영토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도록 지원하겠다.

대담=박승윤 경제부장 


<정리=신창훈ㆍ서경원 기자>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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