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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제4부: 자연과 사람④ 화천 블루베리 농원 ‘채향원’ 김응수 대표 “도시의 기반과 전문성을 살려 ‘반쪽 귀농’을 하세요”
그는 교수이자 농부다. 그런데 대학에서 가르치는 분야는 농업이 아닌 마케팅 쪽 이다. 서울에 집(아파트)도 그대로 있다. 하지만 농사의 터전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의 한 산촌에 위치해있다. 블루베리 농원 ‘채향원(www.blueberrysuite.com)’이 바로 그 곳이다.

한여름을 무색케 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5월 중순의 어느 오후,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 중인 ‘2012 영농정착 신규농업인 기술교육’과정을 이수중인 교육생의 한 사람으로서 채향원을 찾았다.

소탈한 차림의 김 대표와 부인은 농원 입구에서 반갑게 단체 방문객을 맞았다. 그를 본 첫 느낌(이 때까지도 그가 교수임을 몰랐다)은 뭔가 농부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교수이자 농원대표라고 소개한다. 굳이 농부라고 한다면 시골농부가 아닌 ‘도시형 농부’, ‘스마트 농부’다.

그가 ‘교수농부’로 변신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응수 채향원 대표

“장래 노후생활에 대비한 소일거리로 블루베리 농장조성에 나섰습니다. 농원이자 멋진 정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소일거리라고 했지만 실제 농장 조성은 철저한 계획 아래 추진되었다.

사전 준비를 위해 러시아와 일본 등 블루베리 선진농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다양한 품종을 살펴보고 재배기술 등을 익혔다.

그런 후에 지난 2005년 현재의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터를 매입해 농원조성에 착수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화천군 지원 시범농장으로 지정됐다. 이어 2007년 블루베리가 특화작목으로 지정되어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2008년 들어 농장의 틀이 잡혔다.

2010년에는 채향원 제2농장 조성에 들어가 2011년 완공했다. 같은 해 블루베리 와이너리 체험관도 준공했다. 생산과 가공, 관광과 체험이 어우러진 ‘강소농장’이 비로소 완성됐다. 채향원의 농장 규모는 1㏊(3000평) 정도다.

블루베리와인

채향원이 단순한 블루베리 농원이 아닌 지역관광명소이자 체험명소로 부상한 것은 그의 강점인 마케팅 전략이 접목된 결과다. 그는 본격적으로 블루베리 과일이 생산되기도 전에 가공센터부터 먼저 지었다.

“원료(열매)도 생산이 안 된 상태에서 가공센터부터 짓는다고 하니까 모두들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마케팅의 핵심은 선점전략입니다. 또한 사전 마케팅 조사 결과, 화천을 대표하는 산천어 축제만 잘 활용해도 승산은 충분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현재 이 가공센터를 통해 블루베리 잼, 쿠키, 머핀, 식초, 백김치, 와인 등 9가지 가공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블루베리와인은 지난 2011년 12월 양산에 들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블루베리와인 생산을 위해 미국, 일본, 독일 제품과 비교해 맛과 품질에서 앞선 상품을 개발했지요. 경쟁 우위를 자신하기에 향후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채향원 전경

그는 이 블루베리와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우월한 맛에 걸맞은 품격을 위해 전통 디자인을 채택했다.

김 대표는 화천 블루베리 산업을 주도한 일등공신이다. 마을 전체를 블루베리타운으로 조성하고 다양한 블루베리 관광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화천의 명품 식품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13개 농가가 블루베리 재배에 참여하고 있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및 콘서트, 축제 개최를 통해 관광 명소이자 체험 명소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부인 최선희 씨가 직접 채향원의 블루베리 꿈을 일궈온 과정을 담은 동영상은 2011년 강원농업인 정보화경진대회에서 UCC부문 최우수상(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수농부’인 김 대표는 인생2막의 해답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예비 귀농인 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귀농 제언은 △철저한 인생2라운드 목표 설정-무엇을 할 것인가 △경영마인드를 가져라 △로맨틱한 상상은 버리자 △반쪽짜리 귀농을 해라 △서울 등 도시에서의 전문지식으로 보상하라 △농사는 세월과의 싸움이며, 절대 왕도는 없다 등으로 요약된다.

모두 공감이 가는 얘기다. 특히 장래 인생2막을 열기 위해 귀농을 계획 중인 전문직 종사 도시인들은 ‘반쪽짜리 귀농’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필자가 생각하건데) 아마도 이런 얘기가 아닐까?

반쪽짜리 귀농을 하고 나머지 반쪽은 여전히 서울 등 도시에 기반을 둔다. 처음부터 도시의 모든 것을 정리해 성급하게 귀농에 올인하지 말고 천천히 경험을 쌓아나간다. 또한 도시에서의 전문성을 반쪽 귀농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동안 도시에 구축해놓은 인적, 물적 네트워크는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마케팅 기반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한다.

결국, 단순한 시골농부가 되지 말고 도시의 모든 장점과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전원과 소득, 도시와 농촌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도시형 농부’ ‘스마트 농부’가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표는 지난 7년의 세월은 한편으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도시의 전문지식으로 봉사하라’는 귀농제언 역시 그가 직접 실천해오면서 깨달은 산 교훈이다.

“앞으로도 화천 블루베리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증대를 위해 마케팅 등 봉사를 계속해야죠. 지역 학생들의 면학을 장려하기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도 이어갈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향후 블루베리를 이용한 ‘음식한류’와 수출산업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도시인과 함께 하는 주말블루베리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7년간에 걸친 화천 블루베리산업 육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다. 그래서 그는 “좀 쉬고 싶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채향원 운영은 돈 버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체험행사 및 콘서트를 열면 열수록 손해란다. 그렇지만 그는 채향원을 찾은 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그의 마지막 말이다.

“제 농원의 이름 ‘채향원’은 딸아이의 이름을 따서 붙였습니다. 딸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충실하고 양심적인 그리고 평화롭고 향기가 있는 아름다운 농원이 되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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