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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현장의 달라진 해외 팬덤
[부도칸(도쿄)=장연주 기자]“부도칸에서 6일간 열리는 2PM의 공연을 모두 보러 왔다. 직장에 휴가를 냈고 호텔에서 묵고 있다. 남자다움과 귀여운 매력이 2PM의 매력이다.”(일본인 미키 후쿠시마ㆍ35)

“칠레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몇 주간 저축을 해 티켓과 교통편을 구했다.”(아르헨티나인 엘리아나 테베즈ㆍ23)

아이돌 가수들의 해외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각국의 팬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K팝 가수들을 접하면서 열광적인 팬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이고 한류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남미에도 K-팝(Pop) 팬들이 생겨났다.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도 어김없이 일본 팬들이 찾아온다.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아이돌 가수들의 이름이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현수막을 흔들며, 국내의 열성 팬 못지않게 환호하는 해외 팬들의 모습을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귀여움+파워풀한 매력, 2PM 최고”

지난달 30일 일본 부도칸에서 만난 주부 마리코(54) 씨는 딸 하르카(23)와 함께 2PM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2시간 거리인 지바 현에서 왔다고 했다.

마리코는 “부도칸은 일본 가수들도 콘서트를 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2PM의 열심히 하는 모습과 파워풀한 매력이 인상적이다. 표를 못 구해서 오늘 공연만 보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25일, 28~31일 등 6일간 총 관객 6만여명을 동원한 2PM의 부도칸 콘서트에는 첫날인 24일 오전 10시부터 공연장에 인파가 몰리는 등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트위터에서 2PM의 팬으로 만나 1년 전부터 서로 친구가 됐다는 일본 여성 7명도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신칸센을 타고 3시간 걸려 부도칸에 온 아야(24) 씨를 비롯해 규슈에서 5시간을 달려온 레오(33), 미이(41) 씨 등 20~40대로 구성된 이들은 주부 혹은 직장인으로 휴가를 내고 아예 호텔에 묵으며 6일간 열리는 공연을 모두 보러 왔다.

미이 씨는 “2PM 멤버 중 택연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다. 28일 우영의 솔로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택연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방영된 10부작 일본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 김태희와 함께 출연해 일본 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지난 3월에는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테아트로 콘포리칸’을 수천명의 관객이 JYJ를 상징하는 셔츠와 헤어밴드로 치장하고 가득 둘러쌌는가 하면, 공연 5일 전부터 밤새 야외 주차장에서 노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 가수 최초로 남미 콘서트를 연 JYJ를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각지에서 몰린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칠레에서 만난 페루인 바네사(25) 씨는 “슈퍼주니어의 김희철과 시원을 좋아한다. 한국에 가고 싶어서 페루의 ‘즐거운 한국어 교실’에서 한글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3일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교세라돔은 동방신기 콘서트를 보러 온 일본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커다란 짐가방을 싸들고 며칠씩 호텔에 묵으며 K-팝 가수들의 공연장을 찾는 팬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획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스타를 소개하고, 요즘엔 개인들도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스타가 된다”며 “유튜브의 영향으로 최근 K-팝 인기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걸그룹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 팬덤은 자연발생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류스타 가는 곳엔 어디나 “스고이~! 키레데스~!”

“영원히 소지섭만 사랑할래요.” 지난달 22일 서울 목동 SBS 사옥 13층에서 열린 소지섭 주연 드라마 ‘유령’의 제작발표회 현장. 삼엄한 방송국 보안을 어떻게 뚫고 올라왔는지 궁금증을 잊게 할 만큼 50대 스즈키 사에코 씨의 표정은 천진하게 밝기만 했다. 일본 도쿄에서 이틀간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 사에코 씨는 어설픈 한국말과 영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6년 전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본 뒤로 소지섭의 팬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런 식의 방한만 무려 24차례나 된단다. 왜 좋아하는지 묻자, “마음이 너~무 좋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같은 시간 오사카 출신 고시노 아쓰코(58), 고베 출신 가메이 야치요(52) 씨는 SBS 사옥 1층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친구 사이인 둘은 소지섭 제작발표회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입장하진 못했다. 한 손에는 인터넷에서 일한번역기로 찾아 출력해 온 ‘유령 제작발표회 어디서 합니까?’ ‘들어가도 됩니까?’란 문구가 쓰인 종이가 들려 있었다. ‘소지섭 공식 팬클럽 회원’임을 인증하는 플라스틱 카드도 지갑에서 꺼내보인다.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촬영 현장에선 이런 광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송승헌 출연 ‘닥터진’, 장근석ㆍ윤아 주연의 ‘사랑비’, 박유천 출연 ‘옥탑방 왕세자’의 제작발표회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사랑비’ 제작발표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행사장에는 일본 팬의 행렬이 즐비하게 이어져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겨울연가’ 윤석호 감독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 윤스칼라의 건물(서울 상수동) 밖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윤 PD는 “사랑비 촬영이 있는 날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상수동 촬영장뿐 아니라 강원도 동해, 심지어 새벽에 포장마차가 있는 곳까지 일본 팬들이 찾아온다”며 “이들은 방해하지 않으려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다가오거나 소리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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