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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불치병 오명을 벗다
뇌종양 원인질환 15%는
약물치료로 완치 가능
‘치매=알츠하이머’는 오해

서울시-서울대병원 연계
조기진단·치료비 등 지원사업
환자 가족 고통 줄이기 앞장


치매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얼굴엔 주름이 가득해도 행동은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부모와 자식의 역할은 뒤바뀌었지만 관계만은 그대로라 가족이 겪는 고통은 그 어느 질병보다 심하다. 무엇보다 못난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들지만 아이가 돼 버린 부모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은 절망을 부른다. 희망이 없는 나날은 공포를 낳고 이는 다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저 나이가 먹어 기억력이 떨어진 탓이려니 가볍게 넘기다가 막상 치매 증상을 보이면 겁부터 먹고 지레 치료를 단념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치매, 치료할 수 있다= 치매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60대에선 약 1~2%만 치매를 앓지만 80대에 이르면 약 20~30%가 치매에 걸린다. 치매에 걸리는 사람의 수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은 더 큰 불안을 낳는다. 그러나 의료계는 치매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을 치매의 전부로 오해한 까닭이다.

치매는 70여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치매를 부르는 뇌종양 같은 10~15%의 원인 질환은 완치가 가능하다. 흔히 중풍과 함께 치매가 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뇌혈관성 변화로 인한 ‘혈관성 치매’ 역시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 증세가 서서히 회복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전체 치매 가운데 50~60%를 차지하는 퇴행성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이다. 영화 ‘혹성탈출’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 영화의 단골 소재인 데다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이 걸려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이 병은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뇌의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콜린이란 물질의 농도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낮다는 사실을 발견, 이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있지만 완치까지는 기대할 수 없다. 10여년 전부터는 백신을 이용한 예방과 치료법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조기에 치매를 발견해 치료하면 그만큼 효과가 좋은 만큼 정밀한 초기 진단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신경학연보에는 살아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찍어 뇌 조직에 침착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을 보여주는 영상기법이 보고됐다. 그 전까진 알츠하이머병을 최종 확진하려면 환자가 사망한 뒤 부검을 해 뇌 조직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방법이 임상에 적용되면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도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져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족 아닌 사회의 노력으로=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 부담을 지운다. 전문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상태가 악화된 뒤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때문에 치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은 지난 2007년부터 ‘치매통합관리’사업을 통해 치매 예방, 조기 진단 및 치료비 지원,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정 관리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의 시설 수용 중심의 치매관리에서 벗어나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지난달부터 국내 최초로 ‘기억장애평가 단기입원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 반복해서 병원을 찾아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비해 단기입원프로그램은 표준화된 평가도구(CERAD-K)를 이용한 치매전문 의사의 집중 임상평가와 심리학자에 의한 포괄적인 신경심리검사, 뇌 MRI 및 PET 검사 등으로 2~3일 만에 기억장애 문제를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치매전문 의사와 심리학자, 간호사 등이 토론을 갖고 최종적인 진단을 내려 정확하게 치매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 관리 방안도 결정할 수 있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는 치료나 예방이 쉬운 병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며 “지난 10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은 만큼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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