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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그대들 있으매…팬과 함께 뛰는 올림픽 축구
지난주 경기도의 소도시 화성(華城)에서 한국 올림픽축구팀과 시리아의 경기가 있었다. 관계자들이 오전부터 리허설 준비로 분주하다. 햇살의 광선은 한여름처럼 따가웠고 파릇파릇 돋아난 잔디는 스프링클러의 물줄기를 속살까지 듬뿍 담아 촉촉했다.

정오를 넘어서자 반쯤 그늘이 진 그라운드에는 서로 업무를 주고받느라 분주한 축구협회 직원들의 무전기가 쉴 새 없이 교신을 이어갔다. 카랑카랑한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운동장 여기저기에 머물다가 다시 담장 밖 도로까지 울려 퍼졌다. 대형 현수막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넘실대며 도로의 행인을 유혹하는 듯했다. 오랜만에 대목을 보려는 행상들은 그늘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마음 속 지갑에 가득 그들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 경기 관람의 꿈에 부푼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호시탐탐 출입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기다리던 출입구가 드디어 열렸다. 돌연 좌중에 긴장감이 서리고 대오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각자의 열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들은 광장을 가득 메우고도 저 멀리 아파트촌까지 이어졌다. 한편 대로변 한쪽은 이미 차량이 완전히 점유하고 다시 그 대열에 끼기 위해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도시에서 이런 경기는 처음이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고 시골장날이 선 것 같은 정감이 흘렀다. 한손에 관람권을 쥐고 다른 손엔 먹거리를 들고 당당한 축구 소비자로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퇴근해서 부랴부랴 도착한 아빠를 한눈에 알아보고 달려드는 아이의 코맹맹이 응석이 정겹다. 또한 한국축구의 터줏대감인 중장년층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늘 반갑다.

구름이 석양을 가릴 쯤 선수단의 버스가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모자이크를 최종 완성시킨 듯 관람석은 꽉 찼다. 드디어 주심의 휘슬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자 이내 관중석에서 그 유명한 ‘파도타기’가 시작됐다. 이심전심인가. 학수고대하던 골이 마침내 그물에 잡힌 대어처럼 힘차게 출렁였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흥분과 환희와 열정은 계속됐다. 걱정스런 수비불안,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사회의 여러 갈등요소들은 이곳에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랬다. 그날 그 자리를 메운 3만3000여 관중은 내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한마음 한뜻으로 총성 없는 경쟁에 돌입하는 올림픽대표 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었다. 단지 팬이 선수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러브레터가 도도히 이곳 저곳으로 전해질 뿐.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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