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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중국인도 잘 모르는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중국개방 이후 중국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중국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이 짙다. 일이 터지고 나면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도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40년 가까이 중국을 마당 삼아 놀며 그들과 통해온 김명호(62) 성공회대 교수가 쓴 ‘중국인 이야기1’(한길사)은 전혀 새롭다.

인물열전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인물이 숨기고 있는 내면까지 파고드는 다면성과 각각의 인물이 엮이며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상이 이전의 그림과 다르다. 마오저둥과 류샤오치의 미묘한 권력싸움, 포기를 모르는 마오, 문화대혁명을 뒤에서 음모한 캉성,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현대철학의 발전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장선푸, 중국의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 레이전 등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 속에서 명멸한 수많은 혁명가, 지식인, 예술가들의 살아있는 얘기들이 숨가쁘다. 개중엔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낯선 얘기도 있다. 

김명호 교수가 중국에 빠진 계기는 1972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방중 소식을 담은 호외였다. 그는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궈모뤄(郭抹若)의 소설 ‘낙엽’을 샀다. 그 뒤로 80년대에 한 사립대에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중국 , 홍콩, 대만으로 날아가 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섭렵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현지 골동품 가게들을 돌며 수천수만 장의 옛날 사진을 구입했다. ‘중국인 이야기’의 남다름은 바로 중국인들이 남긴 이런 방대한 1차 기록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중국은 1980년대가 문화 전성시대였어요. 모든 게 폭포처럼 쏟아져나온 시기였죠. 중국 현대 문학사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파금(巴金) 같은 작가들이 그때 홍콩에 자주 나왔어요.”

김 교수는 당시 홍콩 서점가에 유명 인사였다. ”주말만 되면 웬 놈이 와서 책을 잔뜩 사서 그것도 값도 깎지 않고 사가더라 소문이 났지요. 선물까지 주니까 나중에는 알아서 값을 10분의 1로 깎아서 주더라고요.“

김 교수는 중국은 기록의 나라라고 얘기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매일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긴다는 것. 기록이 없을 경우 살던 집이라도 부서뜨리면 어디선가 기록물이 나온다.

“중국인들은 일기나 회고록, 편지를 쓸 때 꼭 두 통을 쓰더라고요. 하나는 보내고 하나는 나중에 문집에 넣으려는 거지요.”

저마다 기록을 남기니까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똑같은 날에 쓴 열댓명의 일기를 보면 시각이 다 다르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폐쇄적이고 갇혀 지낸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폐쇄사회는 중국 역사상 잠깐이었어요. 붉은 홍색 중국은 50년대 말~70년대 중반까지인 거 같아요. 땅덩어리가 넓으니까 숨겨놓을 데도 많고.“

이는 ‘중국인 이야기’가 인물 중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 시각을 보여주며 사건을 통합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중국 내부의 여러 갈래 목소리가 가감없이 들어있다.

책은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괜찮다. 1부는 마오쩌둥과 2인자 류샤오치의 관계를 통해 문화대혁명 과정의 내막을 들려준다. 2부는 장제스를 중심으로 반목했던 아들 장징궈, 자유주의자 후스, 수많은 학술 사상의 인재를 배출했던 시난연합대학교의 일화들, 차이허썬, 자오스옌, 저우언라이 등 프랑스 파리 유학생들의 공산당 창당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3부는 장제스의 ‘북벌부인’ 천제루, 마오쩌둥의 ‘장정부인’ 허쯔전, 식민지 대만이 배출한 미모의 혁명가 셰쉐홍, 탁월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한 궁펑 등 여성 혁명가들의 이야기. 4부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중국 현대미술의 초석을 쌓은 쉬베이홍, 만화가 출신으로 현대 중국화의 비조로 우뚝 선 예첸위를 비롯해 치궁, 둥서우핑, 옌원량, 류전샤 등 걸출한 예술가들이 등장하며 ‘삼국지’ 못지않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인물과 이야기들이 꼬리를 문다.

김 교수는 “중국인들에게서 ‘왜 한국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게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뿐이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이젠 이 정도의 인물들은 알아야 중국과 뭘 해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구어체와 단문으로 구성돼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중국인 이야기’는 매년 2, 3권씩 모두 10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김 교수는 1990년부터 10년 넘게 중국의 대표적인 인문출판사 삼련서점(三聯書店)의 서울 대표를 지내며 중국 전문 책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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