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옛날 영화제목 그대로…충무로 작명도 ‘복고바람 ’
바람과 함께…5백만불의…
내용 딱맞고 기억에 오래남고
영화 성격상 대사인용도 잦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그리고 ‘5백만불의 사나이’.

한국영화계에서 세계 걸작, 고전 영화를 따라 제목짓기가 유행이다. 왜일까? 영화 내용과도 찰떡처럼 맞아떨어지고, 관객들도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비비안 리의 대사로 유명한 1939년작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려 73년 후의 한국영화 타이틀로 옮겨왔다. 오는 8월 9일 개봉하는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주연의 영화다. 조선시대 서빙고의 얼음을 털기 위해 모인 당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제작진은 “워낙 유명한 제목이라 모험이기도 했지만 친숙하다는 점도 있고, 고전작품의 제목을 쓴 선례들도 있어 그대로 차용했다”고 밝혔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한장면.

또 “1939년작이 워낙 대작에 시대극이라 이번 영화의 규모나 장르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사로도 등장한다. 극중 차태현은 “여러분은 돈을 가지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박진영 주연의 ‘5백만불의 사나이’는 1970년대 한국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누렸던 미국 TV 시리즈 ‘6백만불의 사나이’의 제목을 살짝 비틀었다. 자신을 배신한 상사와 조폭 두목에게 쫓기며 거액의 로비용 회사자금을 들고 도망다니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문제의 가방에 든 돈이 500만달러다.

천성일 작가는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굴리며 정ㆍ관계 등에 로비를 하는 인물들은 ‘6백만불의 사나이’가 초능력을 부리듯 로비자금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5백만불’은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지만 결국 세상이 그들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6백만불’에는 못 미치는 액수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100달러 지폐로 한 가방에 넣기에 ‘6백만불’은 너무 많았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1989년작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봉만대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1990년대 중반 포르노 비디오테이프의 천국으로 불렸던 서울 청계천을 배경으로 불법 영상물을 촬영, 제작ㆍ유통시켰던 이들의 이야기로 시대상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 섹스신이 있고, 등장인물들이 거짓말로 서로 속고 속이며, 포르노테이프 제작ㆍ유통이 소재이니 안성맞춤의 제목이라고 생각해 봉 감독이 직접 붙였다.

게이 영화감독인 김조광수의 동성애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1994년작인 영국 로맨틱코미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제목을 빌려 왔다. 김 감독은 레오 카락스 감독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제목을 살짝 비튼 단편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연출한 적이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