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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이탈리아, 축구로 경제시름을 날리다
유로존 ‘갑·을 관계’ 뒤집은 한판
머리로 발로…伊발로텔리 연속골
독일 2-1로 꺾고 대망의 결승행

양국, 경제난에 더 간절한 우승컵
내달 2일 스페인과 ‘최후의 한판’


‘비바 이탈리아!’

이탈리아 반도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경제 위기로 독일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탈리아가 그라운드 위에서는 독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아주리 군단이 우승후보인 ‘전차군단’ 독일을 꺾고 결승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탈리아는 29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준결승 독일전에서 ‘슈퍼 마리오’ 마리오 발로텔리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독일은 후반 추가시간에 외질이 페널티킥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이로써 이번 유로 2012 결승전은 7월2일 새벽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축구를 넘어선 유럽 경제의 갑과 을들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현재 남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단일통화 유로(EURO)를 지키려는 경제대국이자 최대 채권국가 독일의 위상은 절대군주에 가깝다.

이 때문에 독일의 돈줄만 바라봐야하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국민들은 축구로나마 독일을 꺾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독일은 포르투갈 그리스를 연파하며 준결승까지 올랐고 이탈리아가 3번째 희생양이 되는 듯 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비중이 17%에 육박하는 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재정난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도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탈리아도 여타 남유럽 국가들처럼 독일과 EU의 경제적인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존심 강한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이날 독일전은 의미가 남달랐다.

이탈리아인들의 염원때문일까. 막강한 경제력으로 유럽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독일도, 축구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독일의 천적같은 존재인 이탈리아는 더욱 넘기 힘든 벽이었다. ‘악동’ 발로텔리가 전반 20분과 36분 두 골을 터뜨리며 독일의 벽을 허물었고, 내심 우승까지 노렸던 독일은 힘없이 무너졌다.

결국 경제와 축구를 모두 평정하려던 독일의 꿈은 준결승에서 물거품이 됐다. 이제 7월2일 열리는 결승전은 구제금융신청을 눈앞에 둔 ‘슬픈 축구강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맞대결이다.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스페인, 44년만에 유로 정상에 오르려는 이탈리아 모두 앙리 들로네 컵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경제난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목표일지도 모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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