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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주 5000억 달러 시대 연 해외건설
한국 건설업계가 마침내 해외건설 수주 5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해외 진출 47년 만에 일군 쾌거다. 해외건설협회는 한화그룹이 지난달 계약한 이라크 신도시 사업(78억달러)을 공식 등록함에 따라 해외건설공사 수주액이 27일 현재 누적 기준 501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불덩이 사막, 맹수와 해충이 들끓는 정글, 총성이 울리는 내전현장도 마다 않고 개척정신과 불퇴전의 용기를 유감 없이 발휘한 값진 결과다.

실제로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는 중동 지역이 3019억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오지 어디서든지 수주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금도 리비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척박한 지역에서 사투를 벌이는 건설 역군들이 적지 않다. 때로는 반군이나 무장괴한에 납치당해 사경을 헤매고 불의의 사고까지 당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페루에서 수력발전소 부지 탐색 업무를 수행하다 헬기 추락사고로 8명의 수자원 전문가가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건설 코리아’ 브랜드가 더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흘린 피와 땀은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고 국가 위상을 드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기념비적 공사도 숱하다. 70년대 중반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라 불리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만 공사를, 80년대 초반 동아건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년 전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세계 최고층 빌딩(160층)인 부르즈 칼리파를 수주, 완공했다. 지금 우리 건설업계는 제2 중동 붐인 이 지역 각국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외건설 전문인력은 올해 2200명, 내년에는 4200명 등 향후 4년간 1만4000명이나 모자랄 전망이다. 오지 파견 인력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서라도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빛나는 해외건설 분야와는 달리 국내로 눈을 돌리면 건설업 전반이 입찰담합 등 각종 비리로 얼룩져 왔다. 자정이 필요하다. 가까스로 타결은 됐지만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 파업 역시 해외건설 성과와는 특히 어울리지 않는다. 세종시 택지조성사업,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등 주요 국책 건설현장이 이미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노사정 모두가 건설 노동자 체불임금 등 불미스런 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해외건설이 이룬 금자탑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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