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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탈 박원순, 서울 위상 높이려면 '권위' 가져야
현지 정부·단체 반응 기대이하

약속 취소·불참 잇달아

형편없는 의전에 당황도



9박13일간의 남미를 순방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외에서 줄기차게 외친 건 서울의 ‘위상 강화’였다. 서울을 전 세계에 알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세계적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남미로 출장 일정을 잡은 것도 서울 수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도시기반이 열악한 만큼 남미 어느 도시를 가나 환영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총 5개 도시를 도는 내내 박 시장에 대한 현지 정부와 단체 측 반응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현지 정부를 상대로 한 일정 상당수가 당일 취소됐고, 나머지 진행된 면담도 박 시장의 일방적인 러브콜로 마무리됐다.

서울과 자매도시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지벨또 까삽 시장은 6월 17일 일정이었던 면담을 일방적으로 미뤘다. 21일 만난 자리에선 소리내 하품을 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꼼꼼한 사전조사와 질문거리, 예상 성과물까지 염두에 두고 갈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던 박 시장은 뻘쭘(?)할 수밖에 없었다. 

18일 브라질 노동당 주요 인사와의 오찬은 1시간가량 미뤄졌다. 노동당 간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도착한 간부도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4명이 아닌 2명 뿐이었다. 박 시장이 큰 관심을 보였던 룰라연구소 방문도 연구소 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됐다.

교통의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 시장의 면담 불가 소식은 대표단이 쿠리치바에 도착해 버스로 이동 중 보고됐다. 자신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수 없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현지 언론은 인터뷰 장소에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아 한껏 차려입은 박 시장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일방적인 약속 연기와 취소, 심지어 불참 등이 ‘남미 특유의 특성’으로 애써 위안을 하기엔 너무 서글펐다. 남미에서 서울의 ‘위상’은 없었다.

그때마다 박 시장의 반응은 ‘너무나’ 쿨(Cool)하고 소탈했다. 박 시장의 코멘트는 “아, 그래요? 어쩔수 없지요. 뭐…”가 다였다.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 겁먹은 담당공무원은 별말 없는 박 시장의 반응에 안도하면서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출장단에서 자조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의전이 너무 형편없다”는 반응부터 “수출이 아닌 대외원조라도 받으러 온 것 같다” “전임 시장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박 시장의 과도한 자기 낮추기도 문제였다. 현지 인사와의 만남에서 박 시장은 한 도시의 수장보다 시민운동가 모습에 가까웠다. 여유있어 보이는 상대와 달리 박 시장은 누구를 만나든 허리 굽혀 두 손으로 악수했고, 오찬 내내 상대를 과도하게 배려했다. 과도하게 자신을 낮춘 서울의 수장으로부터 상대는 서울의 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친근함과 소탈, 탈권위적인 모습도 좋다. 하지만 권위가 필요하다. 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은 권력이 아니던가. 정당한 권력에 따른 권위는 지도자가 지녀야 하는 필수덕목이다. 외교관계에선 더욱 그렇다. 권위없는 수장으로부터 서울의 위상은 강화될 수 없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르지 않나.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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