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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학계 “과학교과서, 당대 지식과 성찰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해야”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시조새’와 ‘말의 변천’ 등 대표적인 진화론 논거로 거론되던 내용들이 창조론자들의 요청으로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생물학계가 “과학 교과서는 당대의 과학적 지식과 성찰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한국생물과학협회는 6일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의 청원을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진화학 관련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개정 청원에 대한 기각 청원서’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원서에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교진추가 시조새와 말의 변천 부분을 삭제ㆍ수정해달라며 과학 교과서 개정을 청원한 내용이 현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과학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으므로 기각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일부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변천에 관한 보완 요청 사항이 발견됨에 따라 최근 진화생물학의 성과가 보다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ㆍ보완해달라는 요청도 포함됐다.

생물과학협회는 이번 청원과 관련, “과학 교과서는 당대의 과학적 지식과 성찰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현대 진화생물학이 최근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했지만 과학 교과서가 제때 개정돼지 못했고 그 틈을 교진추가 파고들었다”며 진화론은 삭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완의 대상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교진추의 청원은 종교적 교리에 입각한 주장으로 진화생물학을 심하게 왜곡하고 폄하하고 있다”며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생물과학협회는 특히 “창조론에 입각해 진화학과 진화생물학을 공격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기독교 근본주의가 왕성한 미국에서조차 창조론자들의 요구로 교과서가 개정된 경우는 없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번 교과서 논쟁은 국내는 물론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도 기사화돼 전 세계 네티즌이 조롱했다”며 “만약 교진추 청원으로 과학 교과서가 수정된다면 이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과학 한국의 위상도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생물과학협회장을 지내고 있는 방재욱 충남대 교수는 “교과서는 국가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에게 바르고 정확한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며 “특정 집단이 넣어라, 빼라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만약 개정한다면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할 사항이지 창조론 대 진화론의 논쟁거리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이 뿌리부터 잘못 됐음을 지적했다.

한국통합생물학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생태학회, 한국동물분류학회, 한국하천호수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6개 학회가 참여하는 공동 학술단체인 생물과학협회는 이번 청원을 위해 진화생물학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 현행교과서에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사항 등을 논의해왔다.

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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