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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짭새, 딱새, 차팔이, 용팔이, 빼박이 등 직업 비하 표현하면 유죄?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최근 경찰관을 ‘짭새’라고 비하한 30대 남성이 모욕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직업 비하표현에 대한 자정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관을 비하하는 말은 유난히 많다. 짭새 외에도 ‘짜바리’라는 표현이 있고, 심지어 순찰차는 ‘빽차’로 불린다. 한 일선 경찰관은 “짭새라는 표현이 예전부터 쓰이고 있지만, 항상 들을 때 매우 기분 나쁘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우리를 향해 ‘짭새다’라고 할 때마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짭새라는 말은 ‘잡다’와 ‘쇠’라는 접미사가 붙어 도둑을 잡으러 다니는 남성 ‘잡쇠’로, 이후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해 짭새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라는 표현은 유독 비하표현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머리 깎는 사람은 ‘깍새’로, 신발 닦는 사람은 ‘딱새’, 닦을 신발을 걷어오는 사람은 ‘찍새’라 불렸다.

서울 종로 5가에서 30년 넘게 구두를 닦은 A(54) 씨는 “딱새라는 표현은 15년 전에 사라졌다. 현재 손님의 60% 정도는 나에게 사장님이라고 호칭하고, 나머지는 아저씨라고 부른다”면서 “간혹 20대 초반 남성이 딱새 등 우리를 비하하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일반 공무원은 ‘철밥통’으로 불린다. 철밥통은 깨지지 않는 밥통으로, 해고될 위험이 없는 공무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서울 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은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돼 있지만 일반 기업 회사원은 하루아침에 해고될 수 있다. 이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움의 표현으로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면서 “요즘 철밥통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라졌다. 언론 등에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철밥통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밝혔다.

판매원을 비하하는 표현도 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일부 악덕업주는 ‘용팔이’로 불린다. 이들은 과도한 호객행위와 함께 어리숙한 고객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판매 수법으로 용팔이라는 비하표현을 갖게 됐다. 자동차 판매원을 비하하는 업계 비하용어로 ‘차팔이’라는 표현도 있다. 자동차 판매원 B(33) 씨는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차팔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다른 용어로 불러주길 바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리주차 요원은 ‘빼박이’로 불린다. 손님 차를 대신 주차하며 차를 빼고 박는다고 해 ‘빼박이’로 부르는 것이다. 이 밖에 흔히 사용하는 비하표현으로는 짜장면 집은 ‘짱개’로, 공장노동자는 ‘공돌이ㆍ공순이’로, 군인은 ‘군바리’, 스님은 ‘땡중’ 등이다.

이상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사람이 많은 데서 공공연하게 짭새, 공돌이 등의 표현을 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모욕이라는 것은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법관의 개인적인 판단이 작용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공돌이 등 표현을 했다면 모욕죄가 성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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