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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리의 전설’이 시작된 그곳…‘세리키즈’최나연 꿈을 이루다
14년전 맨발투혼 美 블랙울프런 골프장서 열린 US오픈 우승

리포터, “14년 전 박세리가 우승할 당시 아홉 살이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최나연, “세리 언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본 뒤 깊은 인상을 받았고 프로골퍼로 성공하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박세리 프로는 한국 여자골프의 레전드다.”

9일(한국시간) 최나연(25ㆍSK텔레콤)이 우승 퍼트를 끝내는 순간, 18번 홀 그린 옆에 있던 박세리가 다른 후배 선수들과 달려와 샴페인 세례를 퍼부었다. 한국 선수 우승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최나연과 박세리가 그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골프사에 의미 있는 장면이 됐다.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 그다지 유명할 것 없는 코스지만 이제 한국 골프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기억될지 모른다.

1998년과 올해 US여자오픈 챔피언십이 열린 블랙울프런. 1998년 박세리가 우승을 차지한 뒤 14년 만인 2012년 최나연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세리의 우승은 한국에 엄청난 골프 열풍을 몰고 왔고, 수많은 여자 선수가 클럽을 쥐고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들이 이른바 ‘세리키즈’이고, 최나연도 그중 한 명이다.

박세리가 미국에 건너가 외롭게 싸우며 지나간 길은 후배들을 위한 등대가 됐다. 그 뒤를 김미현 한희원 박지은 장정 등 ‘2세대 선수들’이 이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신지애 최나연 김송희 박인비 유소연 등 ‘세리키즈’들이 따르고 있다.

박세리의 우승장소에서 정상에 오른 최나연은 한국 선수들의 LPGA 통산 100승 이정표를 달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험난하지만 화려했던 한국 여자골프 미국 진출 10여년 역사의 한 장을 마무리했던 인물이다.

최나연은 경기 후 “세리 언니가 샴페인을 뿌려주며 ‘나연아,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다. 매우 고마웠다”며 따뜻한 포옹을 했다.

최나연은 “14년 전 품었던 꿈이 이뤄졌다. 세리 언니와 다른 선배 선수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공동 9위를 기록한 ‘골프여왕’ 박세리는 최나연의 우승에 대해 “나도 TV에서 남자 투어를 보며 꿈을 키웠는데, 나연이도 내 경기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 선수가 이곳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니 매우 기쁘다”며 감개무량해했다.

14년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 박세리와 최나연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장면은 한국 여자골프가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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