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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자연과 사람⑧ 김천일 예천군농업기술센터 계장 “귀농, 1억이라고요? 최소한 3억~4억은 필요해요”
“귀농이든 귀촌이든 최소한 3억~4억 원은 필요합니다.”

“현재의 귀농정책이 조금 부추기는 듯 한 것도 사실이지요.”

경북 예천으로 귀농하고자 하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김천일 예천군농업기술센터 계장의 솔직한 말이다. 다소 파격적인 발언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필자가 전국의 지자체를 돌며 만난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열이면 열,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지적하곤 했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 2011년 경상북도 내 귀농·귀촌인구 1위는 상주시, 2위는 봉화군, 3위는 예천군이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이들 지역의 경우 총 1억 원 안팎의 돈을 들고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지원책부터 따지듯 묻는다.

“정부의 귀농정책이 사실 너무 붕 띄운다고 할까요. 이 때문에 귀농 상담 차 온 사람들은 대개 ‘뭐가 지원되느냐’부터 물어요. 최근 들어 귀농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실제 귀농 지원액은 가짓수에 비해 충분치 못하죠.”

이럴 때 각 지자체의 귀농 상담 담당자들은 매우 곤혹스럽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달려온 예비 귀농인 들에게 자칫 실망감만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성 없는 계획과 준비 안 된 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천군농업기술센터 김천일 계장>

이와 관련, 필자의 비슷한 사례를 보자. 지난 2011년 봄에 펴낸 귀농&귀촌 입문서 ‘전원생활도 재테크다’에 이어 2012년 봄에 발간한 ‘인생2막 귀농·귀촌-난 이곳으로 간다(테마로 본 전원명당)’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58만2000명)를 비롯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로부터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자 여러 출판사에서 세 번째 귀농&귀촌 관련 책을 내자는 제의가 왔다.

그중 절반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총 1억 원 정도(최대 2억 원)의 돈을 가지고, 월 100만 원가량의 수입으로 전원생활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내자는 제의였다.

이에 필자는 “그런 책은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실성이 결여된 입문서를 펴내 자칫 다른 이의 인생2막을 잘못된 길로 안내한다면 그건 범죄행위와도 같기 때문이다.

홍천을 예로 들어보자. 집을 지을 수 있는 관리지역 농지 3300㎡(1000평)을 매입하는 데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억5000만~2억5000만원(평당 15만~25만원)은 필요하다. 이중 660㎡(200평)을 전용해 83㎡(25평)짜리 집을 짓고 창고 등 부대시설을 갖추려면 이래저래 1억 원은 든다. 이에 앞서 개발행위 및 건축 인허가 비용과 전기와 지하수 설치비 등을 포함해서다. 사실 제법 규모 있는 영농을 실현하려면 농지가 1만㎡(3000평)은 되어야 한다. 땅값만도 3억여 원이 필요하다.

물론 농사지을 땅은 농림지역(절대농지) 농지를 산다든가(임차하는 방법도 있다), 비어있는 농가를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전체 비용을 줄일 수도 있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고, 실제 비용절감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필자의 비슷한 사례 설명에 김 계장은 “공감한다”면서 작금의 귀농 현실에 조금 답답해했다.

“귀농을 하려면 최소한 3억~4억 원은 들고 와서 3~5년을 내다보고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집과 텃밭 수준의 농사로는 소득을 낼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소득 작물인 오미자나 블루베리 재배, 한우 사육 등은 최소 3년은 되어야 돈을 만질 수 있습니다. 그 기간 생활비도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예비 귀농인이나 초보 귀농인들을 보면 대부분 단기 성과에만 집착합니다. 안타깝죠.”

그는 또 연령대별로 귀농 또는 귀촌의 목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젊은 30~40대라면 몰라도 베이비부머 즉, 50세가 넘어선 분들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그저 전원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는 게 좋습니다. 무리하게 돈을 벌겠다며 농사에 달려드는 것 보다는 최대한 덜 쓰면서 자연과 더불어 검소하게 살아가는 게 행복지수가 훨씬 높지요.”

김 계장은 예천군으로 귀농,귀촌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처음에는 다소 실망하기도 하고, 일부는 반박하기도 하지만 이내 그의 진정성을 읽고 고마워한다.

김 계장은 예천군 내에서는 상리면, 하리면, 용문면으로 귀농·귀촌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산물로는 사과와 한우(예천참우) 등이 있다. 예천으로 이미 귀농,귀촌했거나 예정인 사람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 ‘예천새농부들(cafe.naver.com/ycnf)’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귀농으로 성공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용궁면 송암리에 귀농한 분은 오곡미초(식초)와 야채를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면서 4000만원에 불과하던 연매출이 지금은 4억~5억 원대에 이릅니다. 또 상미면 보곡리에 귀농해 성공적으로 블루베리를 생산하는 귀농인도 있습니다.”

예천군에서는 성공 귀농을 지원하기 위해 폐교된 개포면 개포초교를 활용, 컨테이너하우스를 지어 예비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체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귀농 4년차인 귀농인을 면당 1명씩 선정해 정착금 2000만원(자부담 400만원 포함)을 주고 있다. 현재 제3기 귀농인 교육(3~11월, 매월 1회 총 10회, 교육생 72명)을 진행 중이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약 1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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