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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오리새끼’ 김준구, 백조의 날개짓을 꿈꾸다
동화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오리인줄로만 알고 있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새끼 백조가 모진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왔을 때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고 그 행복을 겸손하게 누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해 벡터맨을 연기해 주목을 받았던 김준구는 곽경택 감독과의 인연을 통해 백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최근 서울의 모처에서 만난 김준구는 영화 ‘미운 오리새끼’의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아닌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곽경택 감독님은 제 2의 아버지에요. 선배님 중에는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말 있잖아요. ‘모르면 용감하다’.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까 연기를 꾸준히 하시던 분들과 달리 무지했죠.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감독님께 장난도 치고 편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신인이 많다보니까 다행히 감독님께서 그 모습까지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격려와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그가 밝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대화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신인답지 않은 재치 있는 입담을 경험하고 나니, 곽경택 감독이 이 배우의 장점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미운 오리새끼’의 주인공 낙만 역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죠. 감독님께서 ‘기적의 오디션’ 동기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역으로 오디션을 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낙만이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죠. 배역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감독님께 과거에 코스프레 활동을 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말하다보니 신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막 했었어요. 막상 오디션을 앞두고 대본을 보니 그때 했던 이야기가 들어있었어요. 동기들도 다들 낙만이랑 저랑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막상 낙만이 캐릭터를 받았을 때 부담도 됐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미운 오리새끼’는 어린 시절 국가에 상처 받아 정신 줄을 놓아버린 아버지와 미국으로 떠나버린 어머니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3살 남자 낙만이, 신의 아들만 갈 수 있다는 6개월 방위 ‘육방’으로 대한민국 헌병대 이발병으로 입대한다. 하지만 첫 날부터 헌병들에게 무시당하고, 일당백 잡병으로 취급 받는다.

“‘미운 오리새끼’는 남자 관객들한테 옛날 군대에 대한 추억에 대한 공감을 이룰 수 있고, 아버지와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군대를 소재로 한 작품은 남자들의 영화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김준구는 ‘미운 오리새끼’가 남자 관객들을 비롯한 여자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점에 대해 귀띔했다.

“단순한 군대 영화가 아니라 성장 드라마에요. 또 작품 속에서 재미있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으니까 코믹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어요. 또 군대에 남자친구가 있는 분들에게는 군대에 대한 소스와 공감대도 준다고 생각해요.”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김준구의 머리는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많이 자라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머리에 관한 가슴 아픈 에피소드가 있다.

“고등학교 때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공부를 열심히 한답시고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어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어요. 너무 못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군대 갈 때 하염없이 우셨나봐요. 감독님께서는 머리를 빡빡 깎은 제 모습을 보고 잘생겼다고 하셨어요. 거기에 안경까지 쓰라고 권해주셨어요. 제가 봐도 정말 어색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 스프레이랑 왁스를 사서 머리에 힘 좀 주려고 했는데, 연락이 왔어요. 추가 촬영을 해야 한다면서 말이죠. 청천벽력 같았어요.”


김준구는 지금이라도 “무대 인사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또 잘라야겠죠. 하지만 우스울 것 같아요. 머리가 짧은 제 모습도 진짜 괜찮은가요?”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그에게 다시없는 칭찬일 것이다. 배우로서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은 김준구가 바라는 연기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제가 내세우고 싶은 저의 장점은 ‘친근함’ 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하고 친근한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친근한 배우가 연기도 더 자연스럽고 다른 배우분들과 호흡도 잘 맞지 않을까요?(웃음)”

28세라는 조금은 늦은 나이에 연기에 대한 꿈을 펼치려는 김준구. 그동안의 고생과 앞으로의 시련은 모두 훗날 아름다운 백조가 되기 위한 미운 오리새끼 시절의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배우로서 아름다운 날개를 펴게 될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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