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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과 현실사이 … ‘서남표式 개혁’ 의 딜레마
이사회 사퇴압력에 “마지막까지 소임 다할것”

교육·과학계 “카이스트 정상화 위해선 퇴진이 최선”



이사회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서남표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퇴진’ 대신 ‘결사항전’을 택했다. ‘마지막’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오히려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서 총장은 16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 있는 마지막 날까지 한국 대학개혁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서 주어진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며 “며칠 뒤면 이사회로부터 사실상 해임을 당하겠지만, 당당하게 마주하고 책임있게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는 지난 14일 카이스트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카이스트 총장의 거취 문제는 독립적이고 소신있는 학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다. 이어 “내 나이도 이제 77세”라면서 “무슨 영광을 더 보려고 자리에 연연하겠냐”며 총장자리에 대한 사욕이 없음을 강조했다. 

서 총장은 ‘서남표 리더십’이란 말을 만들 정도로 취임 후 6년여간 숨가쁘게 달리며 국내 교육계와 과학계에 개혁의 바람을 확산시켰다. 교수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 신입생 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와 ‘온라인 전기차’와 ‘모바일 하버’ 등 원천기술 개발에도 힘썼다.

하지만 누적된 개혁의 ‘피로’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카이스트는 지난 1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잇달아 자살했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카이스트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오는 20일 열리는 카이스트 이사회는 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를 안건으로 채택했다. 그의 ‘전가의 보도’였던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다. 서 총장 개혁의 좌초는 안타깝다. 하지만 카이스트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장인 서 총장이 책임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것이 교육계와 과학계의 의견이다.

서 총장의 거취와 상관 없이 이번 카이스트 사태는 대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교훈을 던져준다. 우선 그 뜻과 이상이 훌륭하다고 해도 독선적이거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패거리 문화’에 물든 대학사회 스스로가 반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대학경쟁력 강화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이다. 이번 서 총장 사건이 올곧은 대학개혁을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상윤ㆍ서상범 기자>
/ke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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