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초등생까지…‘스펙 전쟁’ 위험수위
방학때 수백만원짜리 캠프
어학점수·봉사 등 스펙쌓기
중고생 넘어 초등생에 번져
스트레스 호소 학생들 급증



높은 어학 점수, 활발한 대외 활동 이력, 창의성을 입증하는 공모전 입상 경력, 각종 캠프 및 해외 봉사 활동 등….

‘스펙 쌓기 전쟁’으로 초ㆍ중ㆍ고생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인의 꿈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 A(18) 양은 빽빽하게 세워 둔 방학 계획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언론학부 진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스펙을 방학 동안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A 양은 “스피치 학원에 등록해 토론 실력을 키우고 관련 대회나 다른 공모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다양해진 대입 전형을 염두에 두고 다들 이렇게 하기 때문에 나만 뒤처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겨울방학 때 청소년 의회 기자단으로 활동했고 해외 봉사 활동도 다녀온 A 양은 “아직도 내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중학생 B(15) 군의 상황도 비슷하다. B 군은 방학 때 캠프에 참여할 계획이다. 캠프에서는 면접이나 토론 노하우를 익힐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나 흡연 이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학부모까지 면접을 봐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경쟁률이 상당하다.

B 군은 “방학 내내 캠프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부모님께서 몇백만원씩 들여서 보내주는 거라 불평하기도 곤란하다”며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스펙을 쌓기 위해 다음 방학 때는 청소년 해병대 캠프나 국토대장정에 참여할 예정이다”고 토로했다.

초등학생들도 스펙 쌓기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EBS와 한국외국어평가원에 따르면 영어능력검정시험의 하나인 토셀(Tosel)의 응시인원 중 80%가, 펠트(Pelt) 시험의 경우 응시인원의 70%가 초등학생이다.

일부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는 1년에 두 번 씩 전교생이 이 같은 영어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펙 전쟁에 동참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어떤 ‘스펙’을 언제 어떻게 쌓아야 되는지 알려주는 사설 교육컨설팅 업체까지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 교육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특정 학교의 건축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의 경우 해당학교, 해당학과 교수의 건축 사례나 논문 등을 미리 공부하기도 한다. 진학 준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본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화려한 경험이나 컨설팅을 통한 포트폴리오는 중요하지 않다”며 “얼마나 내실 있게 학교생활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학생부 등이 주요 평가요소”라고 설명했다.


<황유진ㆍ이슬기 대학생 인턴기자>
hyjgo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