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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자' ‘유령', 드라마 질 높인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에서 방송되고 있는 ‘추적자‘와 ‘유령’, 이 두 범죄수사물이 장르드라마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추적자'의 시청률이 20%를 돌파하고 ‘유령’도 14%를 넘겼다는 사실은 우리 드라마사에서 의미심장하다. 전문직 장르물이라 해봐야 의학드라마 정도에서 대중성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이런 장르드라마를 평일 미니시리즈로 편성하는 모험을 감행하고도 이례적으로 시청자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는 70~80%가 출생의 비밀이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족멜로물이다. 여기에 가족 개입이 적은 로맨틱 코미디와 사극 정도가 한국 드라마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드라마들이 진부하고 식상하다면서도 계속 방송되는 이유는 시청률이 어느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채널권을 쥐고 있는 층이 중년 여성들이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만들면 안된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이해되는 ‘추적자'와 ‘유령'이 2년전에만 편성됐더라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드라마의 소비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어렵고 집중해서 봐야 하는 드라마라도 완성도만 높다면 시청자들이 선택해준다. 오히려 과거 히트공식에 매달리는 드라마는 선택을 거부당하고 있다. 이제 관성 시청률은 조금씩 사라지고, 괜찮은 곳을 찾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도 재벌 2, 3세나 캔디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식(타임슬립)으로 기존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추적자'와 ‘유령’은 아이돌 스타 없이 잘 짜인 대본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호연만으로 성공했다. ‘추적자'에서는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의 연기 내공이 두드러졌다. ‘유령'에는 ‘미친 소' 곽도원과 소지섭, 엄기준 등이 활약하고 있다.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한 것도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두 드라마는 멜로가 거의 없다. 소지섭(김우현 얼굴을 한 박기영)과 이연희(유강미)는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이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다. 


막장 드라마가 기승을 부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완성도 높은 장르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17일 종영하는 ‘추적자'는 억울하게 딸을 잃은 형사 백홍석(손현주)의 복수극을 통해 정치나 기업의 이면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돈과 권력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할 수 없어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다.

사이버 세계의 섬뜩한 이면과 가려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IT범죄수사물인 ‘유령'은 악성 댓글, 디도스 공격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적 사건들을 스피디하게 진행해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제작진이 만든 퍼즐게임에 기꺼이 동참하게 한다. 사건들을 관통하는 배후에는 실제의 모습과 IT 기기 뒤에 숨은 모습이 전혀 다른 세강증권 대표 조현민(엄기준)이라는 팬텀(유령)이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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