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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2012> 도시, 전원을 만나다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고층 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수놓고, 현란한 빛깔의 네온사인이 밤거리를 비추는 도시. 기존 통념상의 ‘도시’의 이미지다. 하지만 도시는 이제 더 이상 회색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은 저마다 전원보다 더 친환경적인 녹색 공간을 표방하며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20년 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환경정상회의 당시 전세계가 주목한 도시가 있었다.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꾸리찌바’였다. 개최 도시인 리우도 아닌 꾸리찌바가 집중 조명받게 된 건, 30년에 걸친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적 정책이 녹색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꾸리찌바는 ‘녹색 교환’이라는 사업을 통해 재활용 쓰레기를 식료품 쿠폰 등으로 바꿔주며, 시민들에게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저소득 계층의 생활을 지원했다.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급행버스 전용도로를 건설하고, 지구 간 순환버스 등을 운용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나중에 서울시의 버스전용 중앙차선제의 모델로 차용되기도 했다. 

도시 중심부 상점가에 나무를 심고, 화분을 배치하고 차량 통행을 막은, 일명 ‘꽃의 거리’라 불리는 보행자 전용공간도 지금은 여러 도시가 도입한 사례 중 하나다. 그 외에도 하천의 자연배수 방식에 역행하지 않고 도랑이나 호수를 만들어 주변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다양한 정책으로 생태도시를 디자인한 모습에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꾸리찌바가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데에 있어 ‘시민을 존중하라’는 도시디자인 철학을 담았다면 최근 유럽 도시들은 자연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알프스에서 발원해 유럽 대륙을 가로지르는 도나우강 유역의 도시들은 강 본류와 범람원의 지류를 잇는 작업을 통해 ‘강이 스스로 흐르도록’ 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다. 

독일의 뮌헨은 1990년대부터 도나우강 상류 지류인 이자르강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하는 ‘이자르 계획’을 통해 강과 도시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존에 댐과 운하에만 이용돼온 하천의 지류를 녹지대로 가꿔 도심에 자연의 모습을 되살린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녹색소비자’ 운동이 도시의 생태를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는 명제에서처럼 도시와 시민들 사이 상호작용이 녹색도시를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환경선진국 스웨덴의 예테보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예테보리는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정책을 바탕으로, 친환경적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운동이 어우러져 생태도시로 거듭났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석유ㆍ석탄을 이용한 난방시스템으로 인한 대기 오염이 문제시되자 일찌감치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 산업의 주축인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비롯해, 정화된 하수에서 열을 채취하거나 쓰레기소각장에서도 에너지를 얻어 주민들에 보내진다.

주민들은 또 환경활동에 힘을 쏟는 기업을 골라 거래처로 삼는 등 ‘녹색조달’을 실천해, 이 시스템이 예테보리 뿐 아니라 스웨덴의 다른 지역과 독일, 네덜란드 등지로 뻗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동시에 친환경 세제를 쓰자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한 녹색소비자운동이 ‘환경라벨’ 상품을 도입하기에까지 이르러 도시인의 삶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도시디자인이 비단 교통이나 경관, 치수 등 하드웨어 측면의 고려 뿐 만이 아닌 도시인들의 ‘삶’을 고려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점을 재차 강조하는 사례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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