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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우 “국민이를 떠나보내려니...”(인터뷰①)
“마치 오랫동안 만난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에요. 싸우기도 많이 싸워서 정이 많이 든, 그런 여자친구 말이에요. 하하”

배우 박민우가 ‘차국민’의 삶에서 벗어난다. 지난 7월 24일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KBS2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그는 이 작품에서 차인표(세주 역)의 아들 국민으로 분해 연기자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

최근 본지와 만난 그는 지난 2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해 총 100회에 이르기까지, 근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친 벅찬 소감을 전했다.

“6개월 동안 모르는 어딘가에서 장기 체류한 느낌이에요. 혹독한 예능을 마친 기분이죠(웃음)”

‘선녀가 필요해’가 두 번째 작품인 박민우에게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일일시트콤 스케줄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을 터. 게다가 흐름도 빠르고, 폭 넓은 연기를 요구하는 장르인 만큼 신예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모든 것이 벅찼을 것이다. 하지만 박민우는 주변의 우려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선배들의 말과 행동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짧은 시간 즐겁게만 연애하다가 헤어진 여자친구가 아니라 오래 만나서 사랑도 깊게, 싸우기도 치열하게, 지지고 볶다가 헤어진 그래서 더 애틋하고 짠한 그런 연인과 이별한 것 같아요. 저에게 ‘선녀가 필요해’는 그런 여자친구예요. 하하”

‘지지고 볶은’이라는 그의 표현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했는지가 느껴졌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은 마지막 촬영을 끝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으로,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2H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선녀누나(황우슬혜 분)의 파티를 해주는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당시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똑같았는데 종방연 봉사활동이 끝나고 차에 오르니 조금씩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울컥하기도 했고요. 또 집에 돌아와서 쌓여있는 대본을 바라보니,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고요”

박민우의 전작이자 데뷔작이기도 한 드라마는 케이블채널 tvN ‘꽃미남 라면가게’다. 그는 극중 사고뭉치 문제아 바울이라는 역을 맡았다. 생에 첫 작품이었던 만큼 애정도 남달랐고, 애착도 컸다. 그리고 공백 없이 두 번째 작품 속에서 국민이를 만났다. 


“바울이는 사실 조금 빨리 정을 뗄 수 있었어요. 국민이는 왠지 ‘아픈 손가락’같아요. 좀 더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이어갔어야 하는데, 다른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국민’이라는 인물에게 미안하죠”

6개월 동안 전혀 다른 인물로 산다는 것. 막 첫 번째 작품을 끝마친 그에게는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연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형이 한 명 있어요. 그 형과 예전에 ‘어떤 장르가 가장 힘들 것 같아?’라고 물으면서 대화를 한 적 있는데, 지금 다시 묻는다면 당당하게 ‘시트콤!’이라고 말할 거예요(웃음)”

그의 고단함이 비단 빡빡한 스케줄 때문 만은 아니었다. 대선배들과의 호흡은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꼈다.

“‘선녀가 필요해’를 찍으면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어요. 약간 풀어질 때가 있었다면 또래 친구들과 연기할 때? 그 외에는 선배님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긴장했어요. NG를 내기 싫었거든요. 주위에서는 ‘NG를 내지 않기 위해서 연기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는데, 한번에 오케이(OK) 사인을 받기 위해서는 뒤에서 그 만큼 연습과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꽃미남 라면가게’를 마치고 만났던 박민우는 카메라 시선, 다른 배우들과 동선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힘든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었다. 두 번째 작품을 마친 그는 테크닉 보다는 ‘배우로서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카메라 시선은 이제 어렵지 않아요. 그것보다 이번엔 유쾌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사실 유쾌한 면도, 밝은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 그러다보면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도 호흡을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나이가 많은 분들 스태프들께 먼저 다가가기 힘들어 하고 있던 때, 차인표 선배님이 연기자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배우가 해야할 일 중에 하나라고요. 많은 것을 배웠어요. 배우가 현장에서 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요”

박민우에게 ‘선녀가 필요해’는 배우로서의 연기력은 물론, 태도까지 알려준 작품이 된 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박민우로서 라기 보다, 온전히 국민의 입장에서 느낀 장면을 꼽았다.

“선녀 왕모(심혜진 분)가 하늘로 올라가기 전 상황이었어요.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집을 나가려고 하는 왕모가 삼촌과 나라(우리 분)에게는 손을 잡고 인사를 했지만, 국민이는 그냥 지나치더라고요”

다시 떠올리니 또 섭섭했는지, 짧은 한숨을 내쉰다. 박민우는 그 때 실제로 서운했다. 오롯이 국민이의 마음으로.

“확실히 극이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연기자들끼리도 더욱 돈독해지고, 끈끈해졌어요. 누군가는 ‘시트콤이야, 정극이야?’ 할지 몰라도 저에게는 정말 즐거움 가득한 나날이었습니다”

이로써 박민우의 두 번째 작품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는 이제 ‘국민’을 내려놓고 세 번째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해가 바뀔 수록 한 걸음 더 발전하는 배우 박민우의 앞날, 정말 기대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1008@
사진 김효범 작가(로드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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