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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4부 자연과 사람⑩ 전명준 양지말화로구이 대표 “홍천의 대표 맛 일궈온 25년…홍천 알리미·지역경제 활성화 앞장”
강원도 홍천하면 떠오르는 ‘맛’이 있다. 바로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다. 갖가지 양념을 버무려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참숯에 구워낸 화로구이는 홍천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먹어보았고, 이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홍천군 아니 강원도의 대표음식 중 하나다.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는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찾아오는 손님들로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시골에선 보기 드문 대형 건물에 최신 시설을 갖췄지만, 대기표를 받아들고 한참을 기다려야만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필자가 찾은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1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식객은 “홍천 화로구이는 이곳이 진짜다. 꼭 먹어야 한다”며 굳은 의지(?)마저 내비친다!!!

#25년간 홍천의 대표 맛 일군 주역

전명준(57) ‘양지말 화로구이’ 대표는 부인 유영순(47) 씨와 함께 지난 25년 동안 홍천군 홍천읍 하오안리 44번 국도변에 위치한 홍천 화로구이촌을 홍천의 대표 맛 명소로 일궈 낸 주인공이다.

홍천 화로구이 맛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외지 관광객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관광명소를 능가한다. 지난 2009년 말 동서고속도로 서울~동홍천IC 구간 개통 이후에도 홍천 화로구이촌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을 덜 받았다. 특히 양지말 화로구이는 원조 맛, 일등 맛에 집착하는 개인 및 단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화로구이 랜드마크’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전 대표의 양지말 화로구이는 지난 2010년 차별화된 외관과 시설, 규모를 갖춘 초현대식 음식점으로 거듭났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또한 남다르다. 이들은 지금까지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수입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원가는 국내산이 수입산 보다 약 3배 비싸지만, 국내산 돼지고기만을 엄선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배려한 전용석도 마련해 놨다. 여기에 예쁜 커피숍과 특산물 매장 등을 연계 운영, 외지 손님들에게 화로구의 맛 뿐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함께 제공한다.

전 대표가 운영하는 양지말 화로구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의 90% 이상이 외지인이다. 그들이 화로구이를 맛보기 위해 홍천에 와서 관광도 하고 특산물도 산다. 양지말 화로구이는 직원만 50명이 넘는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알바를 포함해 8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한다. 음식을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와 소득 분배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박리다매로 손님에게 최선의 맛 선물

이처럼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니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선 손사래를 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국내산 돼지고기 등 최고의 재료만을 엄선해 손님에게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맛을 선물하는 것을 최우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재료값이 크게 올라도 가격을 올리기 보다는 박리다매 영업으로 극복하고 있어요. 또한 일자리를 늘려 지역경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우리 식당에서 일해요. 이렇다 보니 사실 인건비와 세금내고 그럭저럭 돌아가는 수준입니다.”

그의 말과 표정을 보면 분명 엄살만은 아니다. 남들이 얼핏 보기에는 순풍에 돛단배처럼 잘 나가는 듯해도 안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사실 음식장사는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50인 이상을 고용해 운영하다보면 인건비와 세금 등 노동·복지·세무 관련 지출이 예상외로 엄청 많아요. 더더구나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박리다매로 운영하다 보니 실상은 남는 게 별로 없지요.”

그래서 그는 세금 성실신고 및 납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개인사업자에게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체 매출의 약 90%는 카드로 결제되고, 나머지 10%도 현금 영수증을 끊어주기에 사실 수입원은 100% 드러난다는 것. 따라서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운영하면서 세금 잘 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식당에 대해서는 규제가 아니라 장려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의 설명 마디마디에는 이런 그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대한 서운함도 깔려있었다.

홍천의 대표 맛인 '양지말 화로구이'를 일궈낸 전명준(오른쪽) 대표와 부인 유영순 씨.

#손맛에 정성, 그리고 끝없는 연구개발

양지말 화로구이의 뛰어난 맛의 비결은 뭘까? 전 대표는 부인 유 씨에게 공을 돌린다.

“집사람은 손맛을 타고난 데다 항상 연구개발하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일단 한번 찾아와 맛을 본 손님은 두고두고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옵니다.”

손님을 맛으로 감동시키기 위한 전 대표와 부인 유 씨의 배려와 정성은 정말 남다르다.

화로구이 맛을 좌우하는 건 바로 돼지고기 양념. 이를 위해 부인 유 씨는 양념으로 사용하는 된장과 고추장 등을 모두 직접 담근다. 양파, 파, 마늘, 사과 등 각종 천연 재료를 갈아 서 사용해 고기의 부드러움과 단맛을 살린다. 김치(겉절이) 또한 부인 유 씨의 손맛이 들어 있다. 신선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밑반찬도 절대 미리 차려놓지 않는다. 식사 후 마시는 이곳 메밀커피는 메밀을 끓여 식힌 후 커피를 타서 중불로 재탕해서 만든다. 고기를 먹고 생기는 느끼함을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이들 부부는 틈나는 대로 전국의 유명 먹거리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시설을 둘러보고 음식을 먹어보고 머릿속에 그 맛을 담아 와서 재창조한다.

“돼지고기를 숙성시키는데 필요한 갖가지 양념을 모두 직접 만드는데, 계절에 맞춰 바꿔보기도 하면서 늘 고객 취향에 맞는 새로운 맛을 개발하려고 애쓰지요. 또한 음식의 ‘씹는 맛’ 뿐 아니라 ‘보는 맛’을 드리기 위해 다양한 분위기 연출에도 신경을 써요. 손님들이 양지말 화로구이에서 먹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말이죠.”

양지말 화로구이를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먹거리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듯하다.

#봉사와 기여, 홍천의 번영위해 앞장

화로구이를 통해 한 마을(양지말)의 번영을 이끈 전 대표는 몇 년 전부터는 더 나아가 홍천지역 전체의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홍천번영회장을 맡아 3년째 각종 봉사와 기여에 힘쓰고 있으며, 연임되어 앞으로 2년 더 봉사한다.

홍천번영회는 지역 대표성을 가진 56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대표는 많은 봉사와 기부 활동을 통해 홍천번영회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홍천군 등으로부터 각종 표창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오늘의 전 대표는 분명 성공사례이다. 특히 귀촌을 통해 향후 전원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양지말 화로구이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하지만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처음 횡성군에서 금방을 운영하다 파산했고, 이후 고향인 홍천으로 돌아와 식당을 열기 전까지도 크고 작은 좌절을 맛봤다. 25년 전 이곳 양지말에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도 동네 어른들은 “이런 곳에 식당을 내다니 단단히 미쳤다”고 했다. 초창기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 대표는 한 발작 한 발작 시련을 뚫고 전진했다.

“사실 음식장사는 여유와 인정이 있어야 합니다. 야박하게 굴면 두 번 다시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요. 궤도에 올려놓은 뒤에도 큰 식당을 꾸려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 한 때 처분할 생각도 했었지요.”

지금은 양지말 화로구이의 남다른 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매년 신문과 방송에서 앞 다퉈 소개해준다. 절로 홍보가 된다. 양지말 화로구이 덕분에 주변의 다른 음식점은 물론 동네 전체가 유명세를 타면서 함께 먹고사는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양지말 화로구이 야간 전경

#전국적인 명품 먹거리단지가 꿈

전 대표와 부인 유 씨는 이제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 화로구이에 더해 각종 산채, 두부, 국수, 커피숍, 산삼매장 등 다양한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홍천의 명품 먹거리 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주도로 홍천 화로구이촌을 찾는 외지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열었으니, 이젠 200만, 300만 시대는 홍천군의 몫입니다. 하지만 군이 명품 먹거리 단지 조성에 아직은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일단 저라도 나서서 시작해야겠다 싶어요.”

전 대표는 지금까지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를 홍천의 대표 맛 브랜드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는 “사실 막국수, 닭갈비는 원래 홍천이 원조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해 춘천에 빼앗겼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에 대한 전 대표의 집착은 매우 강하다. 이미 국내에는 2건의 상표등록을 했고, 지난해에는 중국에까지 상표등록을 해놓았다.

전 대표는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 브랜드를 삼성처럼 키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단 현재 자신의 건물 주변을 조금씩 먹거리 단지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자본으로 참여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파주의 프로방스가 하나의 모델이다.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를 단순한 맛집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양지말 전체를 맛동네로 발전시킨 그가 또 다시 전국적인 명품 먹거리 단지로 변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참맛을 위한 부부의 열정과 노력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자못 궁금하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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