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댄스(Now Dance)’라는 타이틀로 개막된 서울대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춤과 미술의 경계를 허문 작품을 한데 모은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나쵸 두아토, 피나 바우쉬, 머스 커닝햄, 윌리엄 포사이스, 자샤 발츠 등이 토대를 놓은 포스트모던 댄스에 담긴 예술적 특징을 살펴보고, 미술과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특별전이다.
이에따라 관람객은 몸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독립된 예술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춤을 다양하게 표출한 현대작가의 실험적 성향을 두루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스페인이 나은 천재안무가 나쵸 두아토의 작업. 나쵸 두아토는 백남준이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펼쳤던 첼로 퍼포먼스와 궤를 같이 하는 듯한 2인무 등 대담하면서도 역동적인 작업을 시도했다.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갤러리 등 웅장한 현대미술관에서의 현대무용을 공연해온 자샤 발츠의 드라마틱한 춤 공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마득하게 높은 미술관의 벽에 줄줄이 매달린 무용수들의 몸짓, 고요한 미술관 내부에서의 느리고 의미심장한 동작은 일반 극장에서의 공연과는 사뭇 다른 아우라를 보여준다.
또 불세출의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를 비롯해 마틸드 모니에, 빔 반데케이버스, 마기 마랭, 로이드 뉴슨 등의 전복적이면서도 독특한 춤 공연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21세기들어 인간의 몸이 표출해내는 ‘본능적 움직임’의 총아인 춤은, 로고스(이성) 중심으로 치닫는 서구 문화의 견고함을 치유할 장르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현대무용은 육체를 억압에서 해방시키는데 지대하게 공헌했다. 동시에 인간의 몸과 춤사위는 미술의 조형적 모티프로도 널리 차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같은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체를 기하학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김봉태, 조엘 샤피로, 줄리앙 오피의 작업을 비롯해 이용덕, 배영환의 작품이 나왔다. 이들은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재현되는 춤의 모티프를 저마다 개성있게 해석해 또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춤과 연계한 미술에서도 선구적 작업을 펼쳤던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안은미의 ’백남준 광시곡’을 비교 분석해보는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행지 서울대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전위적인 코레오그래퍼(안무가)와 예술가들이 영향을 주고 받은 지점과. 어떻게 그 의미가 확장됐는지 살펴보는데 이번 기획전의 촛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8월 7일과 14일 오후 2시에는 7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9월16일까지. 02-880-9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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