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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장 시계는 1초, 실제는 1.17초…펜싱에 웬 버저비터”
실력 대신 국력 각축장…중간에 끼인채로 당하기만 하는 한국
박태환ㆍ조준호 이어 신아람…시간조작 실수로 메달色 바뀌어

‘정정당당’ 올림픽 정신ㆍ강령 찾아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현실
“밤잠 설치더라도 심판 눈치 보지말고 편하게 올림픽 보고 싶다”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기원전 고대 올림픽. 당시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전쟁 중이라도 올림픽 기간에는 휴전했다. 올림픽은 자체가 평화를 상징할 뿐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참가자의 실력을 겨루는 축제이기에, 강한 나라가 국력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를 겁박(劫迫)해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근대 올림픽은 이 같은 옛 사람들의 정신을 되살리고 있지 못하다. 올림픽은 이미 실력이 아닌 국력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를 위시한 많은 위정자와 각국 정부는 올림픽을 세(勢) 과시의 장(場)으로 이용해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적으로 메달 집계를 하지 않지만, 미디어들은 ‘종합 O위’ 식으로 순위 매기기에만 열을 올린다.

강대국들은 벌써부터 성적에 집착해 더 많은 메달을 갖기 위해 종목별 세계 연맹과 IOC에 ‘입김’을 행사해왔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들은 근대 올림픽 시작부터 ‘한 자리’를 차지했고, 초강대국 미국,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 경제대국 일본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G2’ 중 하나인 중국도 무시못할 존재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끼인’ 몇몇 나라가 판정에서 손해를 본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다. 몇십년 새 경제대국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스포츠 국력’이 그에 못 미치는데다 기존 대국들이 텃세를 부리는 까닭이다.

20세기는 물론 우리가 고도성장을 이뤄낸 21세기 들어서도 2002년(솔트레이크 동계) 김동성(쇼트트랙), 2004년(아테네) 양태영(체조) 등 수많은 오심들이 우리 선수와 국민을 괴롭혀왔다.

올해 런던 대회는 상황이 최악이다. 거의 매일 판정 시비로 얼룩진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박태환(수영), 29일 조준호(유도)에 이어 31일에는 펜싱의 신아람(26ㆍ계룡시청)이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에서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5-5로 비겨 돌입한 연장전. 신아람은 어드밴티지를 얻어 1분간 버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1초동안 하이데만은 무려 네 번의 공격으로 포인트를 얻었다. 문제는 그 시간동안 경기장의 시계만 흐르지 않았다는 것. 경기 후 KBS의 비디오 분석을 보면 하이데만이 네 번 공격하는데 걸린 시간은 1.17초나 됐다. 펜싱은 농구처럼 버저비터(경기종료 버저와 함께 골이 성공하는 것)가 없다.

특히 이날 경기의 타임키퍼(시계가 흐르거나 멈추도록 조작하는 사람)는 세 번째 공격이 끝난 뒤에 시계를 멈추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 0초로 내려간 시간를 다시 1초로 돌려놓기까지 했다.

31일 오전 9시 현재 독일의 성적은 은메달 1개. 금메달을 위해 독일이 무리수를 벌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이데만은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신아람은 아쉬움을 보상받지 못했다. 준결승 뒤 1시간 넘게 피스트에 홀로 앉아 울며 항의하다 3~4위 결정전에 나섰지만 쑨위제(중국)에 11-15로 패했다. ‘최소 은메달’이 ‘노메달’이 되고 만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는 올림픽 강령이 새삼 부끄러워진다. 정정당당하게 실력만으로 메달 색깔이 가려지는 올림픽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제 우리 국민은 밤잠을 설치더라도 ‘심판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승부만을 즐기고 싶다.

ken@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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