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투기 종목 뺨치는 투지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그의 펜싱은 실제 목숨을 걸고 싸웠을 중세 귀족들의 검투를 연상시킨다.

‘피스트 위의 싸움닭’ 최병철(31ㆍ화성시청)이 화끈하고 열정적인 플레이로 한국 남자 펜싱에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최병철은 1일(한국시간) 런던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드레아 발디니(이탈리아)를 상대로 15-14,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올림픽 출전 3번째 만에 얻은 값진 동메달이다.

한국 남자 펜싱이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은 2000 시드니올림픽 김영호(플뢰레 금메달)와 이상기(에페 동메달)에 이어 3번째로, 이번 대회 펜싱에서는 첫 메달이다. 특히 펜싱의 본고장임을 자처하는 이탈리아 선수를 꺾고 따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랭킹 6위 최병철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근소한 리드를 지키다 14-14로 동점을 허용한 채 2피리어드를 마쳤다. 이제 1점을 얻는 사람이 동메달을 가져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됐다. 하지만 최병철은 자신을 여기까지 올라오도록 만든 번개 같은 공격으로 15점을 먼저 따내며 환호했다. 최병철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14-11로 앞서다가 동점 허용 후, 금메달을 따냈던 승부사다.

남자 펜싱의 맏형인 최병철의 메달은 특히 펜싱선수단에 크나큰 힘이 됐다. 남현희와 신아람이 아쉽게 메달을 놓치며 선수단 전체가 상심한 상황에서 귀중한 메달을 따내면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최병철은 “메달이 기대됐던 종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로 메달이 안 나와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메달이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단체전도 있고 다들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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