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코르뷔지에가 1923년 스위스 레만 호수가에 지은 ‘작은 집’은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총 면적이 60㎡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집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어울리며 집이 담아내야 할 궁극적 목표인 행복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짜여져야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은퇴하신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이 집을 구상하면서 도면을 그려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대지가 정해진 다음 설계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그는 그 집에 알맞은 대지를 찾아다녔다. 그가 찾는 대지는 태양과 작은 언덕, 호수가 있는 그런 자리였다. 남쪽으로 길게 뻗은 이 작은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가로 11m짜리 통창. 적당한 입사각의 햇살이 하루종일 환하게 집을 밝혀준다. 르코르뷔지에의 또 하나의 비밀병기는 담. 높이를 부분적으로 달리하는 높지 않은 담은 호수의 풍경에 압도되지 않을 가림막을 형성하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담장에 낸 사각형의 개찰구와 그 앞 테이블, 벤치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처럼 보인다.
개와 고양이들을 위한 도약대와 지붕으로 오르는 좁은 통로, 동심과 꿈의 또 하나의 마당 옥상정원, 지하를 밝히는 작은 수평창들은 르코르뷔지에의 세심한 안목, 집과 인간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열화당이 펴낸 ‘작은 집’은 르코르뷔지에가 이 집을 지은 과정과 도면, 스케치, 집의 구석구석을 찍은 사진, 그림들을 모두 담았다. 작은 책이지만 르코르뷔지에의 인간적 기능성이라는 건축철학이 오롯이 들어있는 무게감이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