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작품으로 국내 뮤지컬계 새바람…김지원 떼아뜨로 대표
유학시절 유럽 뮤지컬 성공 확신2006년 첫작품 ‘드라큘라’ 참패
4년 절치부심 모차르트로 재기
‘엘리자벳’서 ‘몬테크리스토’까지
탄탄한 구성·화려한 무대 화제
“해외서 뮤지컬 한류 일으킬것”
올해 상반기 화제작 ‘엘리자벳’은 국내 뮤지컬계에선 낯선 오스트리아 뮤지컬이지만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서울 공연에 이어 전주ㆍ대구ㆍ창원ㆍ대전ㆍ광주ㆍ고양 등 전국 6개 도시 순회공연을 마친 ‘엘리자벳’은 지난 6월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9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엘리자벳’ 배급사인 김지원 떼아뜨로 대표는 ‘시카고’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 등 브로드웨이 중심의 뮤지컬판에 유럽의 다양한 뮤지컬을 소개해왔다. 오스트리아 작품 ‘엘리자벳’ 외에 ‘모차르트!’<사진>, 체코의 ‘햄릿’ ‘드라큘라’ ‘잭더리퍼’ ‘삼총사’ ‘클레오파트라’, 스위스의 ‘몬테크리스토’ 등 놓칠 뻔했던 주옥같은 작품을 소개해왔다.
그는 예전부터 유럽 뮤지컬을 눈여겨봐왔다. 일본 유학 시절 일본인이 유럽문화를 동경하며 일찍이 유럽 뮤지컬을 감상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도 언젠가 유럽 뮤지컬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해 호텔리어로 일하던 김 대표가 뮤지컬 기획사 EMKㆍ떼아뜨로에 몸을 담은 건 2003년. 엄홍현 현 EMK 대표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도 180도 변했다.
김 대표는 “뮤지컬을 모르고 얼떨결에 일을 시작해 2006년 ‘드라큘라’를 올렸지만 참패했다”며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져야 했던 빛 15억원은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돈이었고 큰 좌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10년 ‘모차르트’로 다시 재기했다.
처음에는 좋은 유럽 뮤지컬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 무작정 현지 제작사에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메일은 함흥차사였다. 전략을 바꿨다. 오랫동안 유럽 뮤지컬을 올리고 있는 일본의 최대 공연제작사 토호를 통해 비엔나극장협회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도 겸임하고 있는 김지원 떼아뜨로 대표. 떼아뜨로는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도 함께하고 있다. 좋은 배우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은 것도 그의 욕심.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첫 시작은 ‘모차르트!’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모차르트라는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모차르트!’는 ‘엘리자벳’을 올리기 위한 전 단계였다. 2010년엔 국내 최초로 뮤지컬 갈라쇼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를 열어 ‘엘리자벳’의 노래를 선보였고, 여러 해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김 대표는 유럽 뮤지컬의 강점으로 클래식 기반의 음악과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 엄격하고 충실한 ‘기본’이 주는 감동, 의상ㆍ세트 등의 화려함 등을 꼽았다.
그는 오스트리아 작품 두 편을 더 준비 중이다. ‘황태자 루돌프’와 ‘레베카’가 그것. 지인이 소개한 DVD를 보고 그 매력에 사로잡혔던 ‘엘리자벳’처럼 오스트리아 출장에서 우연히 발굴한 것이 ‘황태자 루돌프’와 ‘레베카’다. ‘황태자 루돌프’는 오는 11월, ‘레베카’는 내년 초 막을 올린다. 둘 다 초연이다.
김 대표는 좋은 작품을 고르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빈다. 그는 한 달에 4번, 많게는 9번 비행기를 탄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사를 모르더라도 일단 음악이 좋으면 고른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한 번 꽂히면 수백번이고 음악을 듣는다. 좋은 작품을 선택해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김 대표는 얼마전 국내 뮤지컬 배우의 해외 팬사인회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엔 뮤지컬 ‘햄릿’을 일본에 역수출했다.
“우리만의 뮤지컬 브랜드를 해외에 다시 수출하고 싶다”는 김 대표. 뮤지컬 ‘신한류’도 그가 가지고 있는 큰 포부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