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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역사를 흔든 ‘종기’
과거 조선이란 나라가 사투를 벌인 것은 외세의 침입이나 기근, 혹은 당쟁이 아니라 종기였다는 말인가.

종기(腫氣)란 몸 어딘가 ‘부어 있는 기가 보인다’는 뜻이다. 요즘 시대 표현을 빌리자면 염증이 생겼다는 말이다. 붓고 열이나 아프고 붉어지는 염증이 생기다 곪을 때를 종기라 한다. 종기는 오장육부를 비롯해 어디에도 생길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당시 의술로는 종기 치료가 쉽지 않았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2012.시대의창)은 한의사 방성혜 씨가 ‘조선의 종기’라는 소재로 쓴 일종의 조선 의학 드라마다. 그녀는 한의학 역사 중, 조선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던 가장 큰 질병이 ‘종기’라고 말한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의 역대 군왕 27명 중에서 12명이 종기를 앓았고, 문종, 성종, 정조는 이것 때문에 갑작스럽게 죽는다. 그들의 급작스런 죽음은 역사의 흐름을 요동치게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종기’가 두려운 질병중 하나란 것이 증명된 셈.

알려진 바와 다르게 문종은 36세 등에 큰 종기가 나기 전까지 별다른 병을 앓았다는 기록이 없다. 세자 시절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세종을 도와 나랏일을 직접 처리하고,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사냥 행사를 진두지휘할 정도로 건강했다. 세종 사망 넉 달쯤 전 등창(등에난 종기)이 생기고 즉위 2년여 만에 죽게된다. -27쪽 (문종의 종기, 세조의 피바람을 부르다 중에서)

임금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종기를 조선의 의학계는 두고만 보았을까? 조정은 임언국이라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을 활용, 종기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 기관을 설립한다. ‘치종청(治腫廳)’이라는 이름의 이른바 ‘국립종기전문치료센터’정도의 개념이다. 책에 따르면 그가 활동하는 5~6년간 살려낸 사람의 수가 만여 명에 이른다. -231쪽 (치열하게 살다 간 이 땅의 종기 전문의 중에서)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는 1부‘구중궁궐 왕실의 종기 스캔들’부터 4부‘조선 의학이 종기와 싸운 방법’들을 다룬다. 역사 속 에피소드와 함께 실증자료사진을 실어 읽는데 지루함을 덜어준다. 한의학은 어렵다는 통념을 종기와 역사이야기로 깬 신선한 책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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