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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종환이 사는 산방 엿보기
일상에서의 사유 그리고 알아야할 가치
도종환의 산방일기가 책으로 나왔다.<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2012.문학의문학)은 80여 편의 산문으로 소소한 일상과 함께 세상살이의 고단함 속에서 지켜야할 가치에 관한 내용이다.

도종환 씨의 문체는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하다. 이 책 또한 담담한 언어로 진솔한 감정을 말하는 작가 도종환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행사장 도착시간을 두고 ‘점심을 어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들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출발하는 그만의 사유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오늘 내가 한 그릇의 우동을 다 먹지 못하고 가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 먹고, 다 누리고, 다 쓰다 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생은 언제든지 아직 다 하지 못한 것이 남아 있는 채로 마감될 것입니다. 주어진 만큼 살다가 가는 것입니다. 허락된 만큼 살다가 가는 것입니다.(중략) 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남기고 가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금 비워두고 살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습니다.’ (39쪽)

이렇듯 에세이<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우리에게 주는 위로가 있다. 또한, 산방에서 풀과 나무, 벌레들을 벗 삼아 지냈을 작가 옆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곳을 들여다보아도 어려운 말이 없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은 도종환식 문체가 가진 장점이다.

그럼에도 그가 말하는 ‘지켜야할 가치’는 다음 글처럼 서늘한 기운을 풍기기도 한다.

‘살다 보면 밖을 향해 무한정 벋어 나가기만 하던 공세적 삶에서 수성으로 전환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중략) 좌우와 아래 위 곁가지로 갈라져 각자 자기 길로 가려는 이들보다 중도가 많아야 합니다. 극단으로 치닫기보다는 중용의 마음을 가져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로 딱 갈라져 생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선명해 보이지만 중립도 있어야합니다.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바른 태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세도 중정(中正)이어야 밝고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149쪽)

온화한 듯 완곡한 문체를 통해 작가는 ‘퇴휴(退休)’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한다. 그 시간동안 무상으로 받은 것들을 독자들에게 돌리는 에세이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아름다운 사유를 꿈꾸게 한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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