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 때 출품됐다가 수송비 부족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국악기가 112년만에 고국땅을 밟는다.
이번에 한국땅을 밟은 국악기는 해금, 대금, 단소, 거문고, 정악가야금, 양금, 향피리, 세피리, 방울, 용고, 북 등 모두 11점이다. 고종이 직접 선별해 파리에 보냈던 것들로 현재까지 발견된 악기중 최고의 예술적·공예적 가치를 자랑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존하는 악기 중 가장 오래된 것들로 변화를 거듭해온 우리 국악기와 음악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악기들이 100년도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에 보관돼 있던 이유는 수송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종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시련을 겪던 대한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자 파리 만국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열악한 재정 사정으로 인해 박람회 폐막이후 본국으로 수송하는 데 필요한 약 20만 프랑(4천200만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영찬을 포함한 사절단은 어쩔 수 없이 국악기를 포함한 모든 전시품을 프랑스에 기증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국제심사위원회로부터 동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났던 한국의 악기들은 프랑스 국립음악원의 악기박물관에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보관돼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프랑스음악박물관 필립 브뤼귀에르(Phillippe Brugurie) 박사의 노력으로 한국에 알려졌다.
1년여간의 개편 작업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오는 7일부터 두 달간 재개관 특별전 ‘1900년 파리, 그곳에 국악’을 통해 이 악기들을 전시한다.
학 문양을 새겨 금박칠해놓은 거문고와 악기 하단에 구멍 한 개가 더 뚫려 있는단소, 현재와 부들을 달리 맨 가야금을 통해 우리 음악과 악기의 시대적 변화를 살필 수 있다.
또 국립국악원은 1990년 4월14일 문화와 예술이 풍성했던 파리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 당시의 분위기와 전경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도 국내 최초로 입수해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이동복 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종이 직접 챙겨 보낸 악기이니만큼 한눈에도 귀티가 나고 윤이 있어 고급스러운 악기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며 “잊고 지내온 1세기 국악의 역사와 함께 당시 분위기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으로 진행되며 전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공연이 있는 날은 오후 9시)까지다. 문의는 02-580-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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