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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닐하우스의 키작은 소년… ‘금빛거인’ 되다
미장일 하다 허리다친 아버지
밤낮으로 공장일 하던 어머니
단칸방 가난 딛고 꿈키운 효자

1996년 여홍철 착지실수 눈물
2004년 양태영 판정오심 비운
선배들 눈물로 빚어낸 값진 金

7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결선. 마지막 순서로 나선 양학선(20ㆍ한국체대)의 2차 시기. 그는 착지가 안정적인 난도 7.0점짜리 기술 ‘츠카하라 트리플’을 골랐다.

양학선은 전력을 다해 도움닫기에 나섰다. 도마를 옆으로 짚고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돈 몸은 매트 위에 정확히 내려왔다. 착지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불끈 쥔 두 주먹을 하늘로 올렸다. 금메달이었다. 한국 체조 52년의 숙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양학선은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도마 위를 짚고 뛰어올랐다. 금메달은 이 같은 노력의 대가였다. 하지만 ‘효자’의 생각은 달랐다. 양학선은 “어머니가 좋은 꿈을 꿨다고 했는데 어서 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서 “꿈 때문에 잘된 것 같다”며 공을 부모에게 돌렸다.

이 같은 양학선의 가족 사랑은 당연한 일이다. 평생 미장일을 해온 아버지 양관권(53) 씨와 공장일을 해온 어머니 기숙향(43)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막내아들을 구김살 없이 키워냈다. 

지난해 아버지 양 씨가 허리를 다쳐 미장일을 못하게 되면서 양학선의 가족은 귀농했다. 광주에서 이사 온 양학선의 집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 단칸방. 양학선이 태릉선수촌에서 외박을 받아 집에 올 때면 온 식구가 한방에서 잔다. 양학선은 “아버지가 최근 우울증이 있으셔서 제 사진만 보면 우실 정도”라면서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에게 번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며 효심을 표현했다.

양학선의 금메달 뒤에는 선배들의 ‘희생’도 있었다. 역시 ‘여2’라는 최고 기술을 갖고 있던 당시 ‘도마 1인자’였지만 착지 실수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광주체고 21년 선배 여홍철(41)은 난도 높은 신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오심으로 다 잡은 금메달을 뺏기며 ‘10점 만점’을 폐지하게 만든 양태영(32)은 난도 높은 기술을 구사하는 양학선에게 기회를 줬다.

이제 모두의 도움으로 양학선은 꿈을 이뤘다. 부모님도, 체조계의 바람도 같이 이뤄졌다. “앞으로 도마 하면 양학선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습니다.” 양학선의 밝은 미래는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이다. 

<신상윤 기자>
/ken@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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