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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탄 사나이’덕에 김종현 메달색 바뀌었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3번의 올림픽에서 금, 은, 동을 차례로 거머쥐었다면 분명 ‘천재적인’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남자 소총의 매튜 에몬스(미국)에겐 천재보단 ‘덜렁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2004 아테네올림픽 50m소총 복사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고 4년 뒤엔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에몬스는 메달보다 황당한 실수담으로 더 유명하다.

에몬스는 올림픽마다 50m소총 3자세에도 출전했다. 아테네대회 땐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3점차로 여유롭게 1위를 달렸다. 0.1점차로 승부가 갈리는 사격 특성상 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에몬스는 분명 방아쇠를 당겼는데 그의 표적은 텅 빈 채로 남았다. 엉뚱하게 옆 선수의 표적을 쏜 것이다. 결과는 꼴찌.

황당 실수는 베이징에서도 이어졌다. 3.3점 차이로 역시 금메달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눈을 감고 쏴도 맞힐’ 4.4점에 그친 것이다. 결국 4위로 밀린 에몬스는 주종목에서 은메달을 따고서도 ‘새가슴’이란 비아냥에 시달렸다.

마지막 한 발의 징크스는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에몬스를 가로 막았다. 50m소총 3자세에 출전한 에몬스는 1271.3(1172+99.3)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에몬스는 3위 김종현에 1.6점차로 앞서 은메달이 유력했지만 어이없게 7.6점을 쏘며 무너졌다. 그 사이 김종현은 침착하게 10.4점을 쐈고 1.2점차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양학선(사진 중간)이 6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번의 도전 만에 얻은 메달의 기쁨보단 3번이나 이어진 불운이 더 커보이지만 에몬스는 웃음을 택했다. 에몬스는 “결과적으로 메달을 땄으니 난 지지 않았다.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자체로 멋지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어쩌면 에몬스는 끈덕진 징크스가 오히려 고마울 수도 있다. 2004년 대회 때 금메달을 놓친 그를 위로하던 체코 사격선수 카트리나와 결혼한 것이다. 2010년 암에 걸려 갑상샘 제거수술을 받는 시련이 닥쳐도, 지독한 불운에 메달을 놓쳐도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은 이유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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