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들어진 신(사이언스북스)’의 저자인 복잡성 과학의 대가,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우주 속 모든 입자들의 위치와 속도를 알아낸다면 우주의 미래와 과거를 계산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 패러다임을 버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갈릴레오 이래 환원주의는 과학을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지만 자연의 주체성과 풍성한 창발성 등을 설명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자연 법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 즉 ‘갈릴레오의 주문’을 벗어나야 과학의 새 지평이 열린다고 말한다.
“자연은 법칙의 ‘지배를 받지만’ 부분적으로 자연 법칙을 넘어선다.” 해서 저자는 예측 불가능한 창발성과 창조성을 가진 자연에게 ‘신(神)’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자고 제안한다. 우주의 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윤리와 문명을 만들어나갈 때 성(聖)과 속(俗)의 갈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분열 등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신으로 옹립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자못 도발적이다. 과학으로 재정립한 신성이, 비록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몰아내려는 이들을 설득하긴 어려우나 과학과 종교가 함께 발 디딜 자리를 마련하자는 저자의 견해는 여러 면에서 신선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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