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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에 마음을 빼앗긴 소년, K-Pop 안무에서 뮤지컬 안무까지
이재연(27) 나나스쿨 팀장은 중학교 때부터 문제아였다. 지금은 너무나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학창시절 또래 아이들을 쳐다보면 슬슬 피하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다. 2002년, 고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 방송국이 있었고 우연히 지나다가 가요프로그램 방청객을 모으고 있어 호기심으로 따라가서 봤던 것이 잘 나가던 여성 걸그룹 ‘핑클’의 안무와 백댄서였다.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생각한 그는 춤을 추기로 결심, 당시 강남구 포이동에 위치한 댄스학원 나나스쿨을 무작정 찾았다.

대뜸 춤을 춰보라며 주문을 받고 다음날 나오라고 해 나왔지만 처음엔 춤은 커녕 화장실 청소와 쥐잡기로 사무실 생활을 해야 했다.

그렇게 춤을 춘 지 10년 째. 평생 대중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 맞는 춤만 출 줄 알았던 그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K-Pop과는 전혀 다른 뮤지컬이란 장르에 도전해 안무를 짜고 춤을 추고 연기를 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그가 작업에 참여한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는 K-Pop과 뮤지컬을 접목했다. 춤에 빠진 ‘일진 소년’, 이재연 팀장은 이 작품에서 세부 안무를 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하고 이렇게 1인 4역을 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뮤지컬 ‘미남이시네요’ 개막을 앞둔 얼마 전, 서울 금호동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에 열을 쏟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아이유의 노래 ‘좋은날’에서 백댄서로 나름 연기까지 선보이며 얼굴을 알린 이재연 팀장은 봉태규를 닮은 외모는 맞긴 한데 좀 더 마르고 호리호리했다. 춤을 추는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탓일 거다. 그는 이효리, 소녀시대, 동방신기, 은지원, 2PM 등 아티스트들의 곡 안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뮤지컬을 처음 접한 것은 2004년. 이소은과 박건형이 출연한 뮤지컬 ‘고고비치’를 보고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워낙 다른 장르라 K-Pop만큼 접할 기회가 많진 않았다.

한류스타 장근석이 출연한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는 드라마의 밴드를 댄스그룹으로 재구성했다. 극 중 뮤지컬 안무 뿐만 아니라 K-Pop안무까지 필요했기 때문에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제대로 된 K-Pop안무를 짜기로 했고 나나스쿨 정진석 대표를 안무가로 초빙했다.

이재연 팀장은 “정진석 대표가 제가 뮤지컬에 관심있는 걸 알고 뮤지컬 안무를 같이 해보자고 했다”며 “지금 만족도는 99.5%”라고 말했다. 정진석 대표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면 이 팀장은 세부 안무를 짠다. 춤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K-Pop 댄스와 뮤지컬 안무는 몸쓰는 것도 다르고 박자도 다르다”고 말했다. K-Pop안무는 조금 더 디테일하지만 뮤지컬은 스토리에 더 치중한다. 작업 방식 자체도 다르다. K-Pop은 곡이 완성된 상태에서 안무를 짜지만 뮤지컬은 곡과 대사, 브릿지 음악이 어떻게 완성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맞춰가며 안무를 짠다.

이 팀장은 “10초 분량의 안무를 완성하는데 3시간이 걸렸다”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의 몸에 익숙치 않은 춤을 가르쳐야 했고 배우들 스스로가 구축한 세계와 자존심을 존중하고자 작업에도 조심스럽게 임했다.

이 팀장은 안무도 짜고 가르치기도 해야 하지만 극 중에서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연기는 예전에 춤추면서 조금씩 했지만 노래는 전혀 해 본적이 없다”며 “지금은 노래가 좀 된다”고 웃었다.

춤으로 10년째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꿈많은 젊은이인 이 팀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무대가 너무 좋다”며 “음악을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맘 같아선 평생 춤을 추며 살고 싶지만 기회와 조건만 맞는다면 춤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는 게 그의 또 다른 꿈이다.

그가 처음으로 뮤지컬 안무에 도전한 ‘미남이시네요’는 다음달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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