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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기본이 탄탄해야 한잔의 예술 되죠”
‘월드 클래스’ 한국대표 출전…서성태 바텐더
한국적 재료 이용한 한라봉 칵테일
신선한 맛으로 심사위원 사로잡아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죠. 그렇지만 너무 한국적인 것만 강조할 순 없어요.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본이 탄탄해야죠.”

지난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월드 클래스2012’에 한국 대표로 출전, 50여개국 유명 바텐더들과 ‘술잔치’를 벌이고 온 서성태(39) JW메리어트 호텔 바루즈의 바텐더 얼굴엔 아직도 대회의 즐거움이 남아 있었다. 서 씨는 한라봉을 이용한 칵테일로 단숨에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렌지와는 전혀 색다른 한라봉의 풍미는 한국적이면서도 칵테일로서의 조화를 잃지 않았다.

“성적은 비밀이에요. 좋진 않았거든요.” 서 씨는 멋쩍게 웃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수많은 종류의 술을 자유자재로 쓰는 외국 바텐더들 틈에서 섣불리 그들을 따라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술을 쓸 순 없었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과 재료를 갖고 최선의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려면 무엇보다 평소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국내엔 술의 종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서 씨의 설명이다.

서 씨는 부족한 여건을 노력으로 메우고 있다. 바에서 칵테일을 내놓을 때는 물론 언제나 칵테일 생각뿐이다. 술은 물론 각각의 부재료의 특성과 그들 서로의 궁합도 꿰고 있어야 한다. 서 씨는 “녹이 슬지 않으려면 계속 공부를 해야죠. 공부가 재산이니까요”라고 말한다. 


때문에 음식을 먹든, 마트에서 채소와 과일을 보든 서 씨는 ‘어떻게 하면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단호박 칵테일이다. 오랜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단호박과 파인애플, 치즈 등을 첨가한 새로운 칵테일을 완성해냈다. 그는 이 단호박 칵테일로 지난해 한국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서 씨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기본’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잔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고, 겉의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기한 칵테일을 추구한다. 그가 자신 있게 내놓은 ‘위스키 사워(whisky sour)’는 바로 그 기본을 대표한다. 위스키와 레몬, 꿀 등 단출한 재료로 칵테일을 만들어 내려면 결국 바텐더의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맛있는 칵테일의 기준에 대해 서 씨는 “베이스의 맛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A라는 술로 만들었다면 A의 맛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다. 술 맛을 살리면서도 여러 재료와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랜 연륜과 노련함이 더하면 금상첨화다. 일본만 해도 70대 바텐더가 장인정신을 갖고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텐더는 내 삶’이라 말하는 서 씨는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재미난 일이다”며 “손님이 그걸 드시고 좋다고, 훌륭하다고 해주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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