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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틱 대사…한마디 한마디에 행복했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끝낸 정유미
내레이션하며 읽는다는 게 너무 행복
매회 꼭꼭 씹어 삼키고 싶었어요

방대한 분량의 대본 항상 손에 있어도
너무 좋아 놓치고 싶지 않았죠


“내레이션하면서 내가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매회 꼭꼭꼭 씹어 삼키고 싶은 거예요. 모두 다. 진짜.”

상업적이지 않은 문제적 영화의 크레디트에 어울릴 것 같은 배우 정유미(29). 그가 케이블TV 채널 tvN의 ‘로맨스가 필요해 2012’(극본 정현정, 연출 장영우)를 마치고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너무 좋았다. 행복했다”를 연발했다.

33세 동갑내기 싱글 여성 3명의 사랑을 그린 16부작 ‘로맨스가 필요해 2012’는 여성 공감 드라마란 호평을 이끌어냈다. 매회 여운을 남기는 독백과 연인끼리의 현실적인 대화가 20~40대 여심에 불을 지피며, 최고 시청률이 3%에 육박하기도 했다.

정유미는 영화에서처럼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서도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주열매는 침대 위에서 아슬아슬한 ‘19금’ 대사를 뱉어도 야하다기보단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이는 인물로 창조됐다. 정유미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냥 연기만 하고 싶을 때였어요. 영화는 (촬영이 끝나고) 몇 달 뒤에 기억을 더듬더듬하면서 홍보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진짜 연기만 하면 되죠? 중간에 인터뷰 같은 거 시키면 안돼요!’ (감독님이 홍보성 인터뷰를) 안 해도 된대서 하게 됐어요.”

최근 서울 통인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인들이 사랑하면서 다들 하는 거 잖아요.”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시청가’에서 ‘19세 이상’으로 등급 재조정 결정을 받은 사실을 전하자, 정유미는 이렇게 항변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케이블 드라마치곤 높지만 지상파에는 견줄 수 없이 낮은 시청률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본방송을 많이 봐주면 좋았을 테지만, 다운로드 건수는 진짜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정유미는 영화 촬영 현장에는 대본을 들고 나가는 법이 없었지만, 이번엔 대본을 손에서 한시도 떼놓을 수가 없었다. 방대한 대사량, 속사포 같은 대사 처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호흡도 빨라야 했고, 목소리도 한 톤 올려 잡아서 처음엔 적응이 안 됐어요. 대사가 많기도 했지만 하나 하나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잘 표현하고 싶어서 대본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또 “음악, 편집, 촬영, 작가, 감독 등과 호흡이 다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라며 드라마 성공의 공을 스태프에게 돌렸다. “촬영감독이 한 컷도 허투루 찍는 법이 없었어요. 기술 스태프한테 아티스트란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정유미는 타인에게 선뜻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못돼 상대 배우 이진욱과는 극 종반부에 가서야 편해졌다. “(이진욱과) 신기하게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어요. (두 사람이 화면에서)너무 잘 어울려서 작가님이 중간에 (김)지석 오빠를 투입할 때 걱정하셨대요.”

모든 질문에 대화하듯 조곤조곤 진솔한 답변을 내놓는 정유미는 예민한 감수성과 내면의 단단함이 동시에 풍겨져 나오는 배우였다. 묘하게 상대를 끌어들이는 말투에는 부산 사투리가 약간 남아있다. 부산 출신으로, 막연하게 연기가 하고 싶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상경해 서울예전 영화과에 들어갔다. 사투리 때문에 교수에게 혼이 난 적도 있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가면서 2년 만에 사투리를 고쳤다.

“항상 애매하다 싶은 건 물어봐요. 현장에서 ‘여기 오리지널 서울 사람?’을 외쳐서 서울 출신을 찾아 말을 시켜본 후 따라해요.”

2004년 자아를 찾겠다고 휴학계를 던지고 출연한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이 미쟝센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그의 데뷔작이 됐다. 이후 ‘가족의 탄생’ 등 출연작을 통해 2005년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연기상, 2006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2011년 황금촬영상 최우수 여우연기상 등을 휩쓴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다 운이에요. 제가 어떻게 상을 다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연기하지 않고 쉴 때는 ‘이 길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니까요.”

정유미는 학과 수업 과제였던 단편영화 촬영 도중 카메라 모니터에 찍힌 자신을 보며 “쨍한 느낌”이 들어 시작한 연기 생활이 벌써 만 8년째를 맞았다. “드라마나 영화나 장르만 다르지 연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8년차 배우는 주저없이 앞으로 드라마 출연도 더 자주 하고 싶다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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