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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희의 가요 올킬> 가요계도 사투리 바람…아이돌도 인디밴드도…대중가요 금기를 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투리’는 방송가에서 금기 대상이었다. 지방 출신 연기자나 개그맨들은 사투리를 고쳐야만 방송에 나와 활동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MC는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쓴다. 또 사투리를 소재로 한 개그 프로도 인기다. 심지어 상업광고에도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

사실 이런 금기는 영화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2001년 영화 ‘친구’는 한국 조폭영화 장르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쓰는 주인공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충격을 던졌다. 또한 서울이 아닌 부산이 주요 배경으로 설정되면서 지방 로케이션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후 ‘똥개’ ‘목포는 항구다’ ‘황산벌’ ‘사생결단’ 등이 등장하며 사투리 영화의 계보를 이었고, 최근까지도 ‘위험한 상견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이 흥행하면서 일명 ‘사투리 영화’는 이제 영화계에서 특별하지 않은 장르가 됐다.

‘사투리’는 이제 영화를 넘어 안방극장으로 파고들었다. 즉, ‘사투리 쓰는 주인공’들이 드라마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사투리 쓰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했다. KBS2 ‘해운대의 연인들’과 MBC ‘골든타임’이 대표적인 사례, 두 드라마 모두 부산이 배경으로 경상도 사투리가 주요 언어다. 여기에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설정한 케이블채널 tvN의 ‘응답하라 1997’이 시청률 4%를 돌파하면서 드라마 속 ‘사투리 열풍’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사투리 열풍은 가요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노랫말 속 사투리는 일부 트로트곡에서나 등장했을 뿐, 10대 위주의 가요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러한 금기 영역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신예 아이돌그룹 B.A.P가 최근 발표한 ‘노 머씨(NO MERCY)’에는 걸쭉한 부산 사투리 랩이 등장하고, 얼마 전 인디밴드 장미여관도 경상도 사투리로 부른 노래를 선보이며 TOP밴드2를 통해 주목받았다. 또 은지원이 주축이 된 그룹 클로버가 지난 14일 내놓은 ‘돼지국밥’은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인 돼지국밥을 소재로 독특한 가사에 부산 사투리 랩을 녹여내며 인기 상승 중이다. 신인 그룹 팬텀 역시 ‘홈그라운드’라는 곡을 사투리로 불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파급력이 큰 가요 가사에 사투리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자칫 미성숙한 아동, 청소년들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dhee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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