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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드라마는 정치적이다
‘대왕의 꿈‘ ’대풍수‘ ’마의’…대선앞두고 시대극 열풍
故박태준 일대기 다룬 ‘강철왕’
박정희 독재개발논리 미화 논란
노조 “펀딩단계부터 KBS 개입”

무열왕 등 리더십다룬 시대극 봇물
“선거철 편승 드라마통해 인기몰이
상업적 의도가 더 클수도”


‘서울 1945.’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대를 거친 네 젊은이의 가치관과 삶을 그린 수작으로 꼽힌다. 기성세대의 편견과 오류를 잡고 새로운 시대상을 제시하고자 공산주의자나 친일파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혔는데, 2006년 KBS1에서 방영할 당시 ‘좌파’ 드라마란 오명을 썼다. 우익단체들은 “역사 왜곡, 정권 아부용 드라마”라며 방영 중단과 KBS 사장 퇴진까지 요구했다.

그로부터 6년 만인 올해 또다시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강철왕’이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드라마’라는 날 선 비판이 나온다. 박 회장의 상사격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군사쿠데타, 독재 개발 논리가 미화될 것이란 주장이 무리한 억측만은 아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제작 및 편성에 KBS가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KBS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재정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북도와 포항시 사이에 오고 간 공문을 입수한 결과, KBS는 단 한 차례의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31일자로 제작사인 (유)강호프로덕션 쪽에 드라마 ‘강철왕’(가제) 편성 의향 통보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였다”며 “KBS가 올해 방영을 목표로 펀딩 단계부터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KBS가 “올해 제작사에 편성의향서만 전달했을 뿐, 결정된 것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해온 것과 달리 사실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KBS 새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문제제기로 내년 1월이란 방영 시점도 연기됐고, 드라마국에서 더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인다. 

‘ 신의’ ‘대왕의 꿈’‘ 무신’

정통 시대극이나 사극은 이처럼 정치이념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허구의 드라마를 현실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 지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선거로 인해 정치에 관심이 급증하는 틈을 타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 왕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이는 상반기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의 성공도 한몫했다.

다음달 8일 첫 방송하는 KBS1 대하사극 ‘대왕의 꿈’은 통일신라의 토대를 닦은 태종무열왕과 김유신 등 신라 영웅들의 삶을 조명한다. 신창석 PD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1400년 전 역사를 통해 지금 해결해야 할 고민을 풀어보고자 한다”면서 “여야 싸움, 세대 간 갈등, 지역 갈등, 젊은 층의 꿈과 희망의 상실 등의 문제가 있는데, 올바른 리더십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정치 리더십 제시를 드라마 기획 이유로 들었다.

SBS가 오는 10월 방송하는 팩션 사극 ‘대풍수’는 국운이 쇠한 고려말 권력 주변에 있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 이성계를 내세워 건국하며 벌어지는 ‘왕 만들기’ 이야기다.

권력 창출은 정치와의 관련성이 적은 판타지 로맨스사극 ‘신의’에서도 곁가지로 등장한다. SBS에서 방송 중인 이 드라마는 현대의 성형외과 의사가 고려 공민왕 시절로 ‘타임슬립’하는데, 주인공이 어린 공민왕을 보좌해 왕권 확립을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MBC가 다음달 방송하는 ‘마의’에선 조선 18대 왕 현종이 등장한다. 말을 치료하는 수의사에서 왕을 치료하는 어의 자리에까지 오른 실존인물이 주인공. 현종은 왕권을 바로 세우고, 기근과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임금으로, 이 미천한 수의사를 어의로 파격 발탁하는 선구자적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다.

MBC에서 방송 중인 ‘무신’ 역시 고려 무신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노예 출신이 최고의 권력자가 돼가는 과정에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선거철 사극물 증가와 관련해 “특정한 후보에 유리하게 일부러 기획됐다기보다는 대부분 정치가 이슈인 기간에 왕이나 정치지도자를 다루는 극을 통해 인기몰이를 하려는 상업적 의도가 더 크다”며 정치 논리보단 자본 논리의 작동을 이유로 들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현시대의 정치 흐름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역사극을 그리긴 어렵다. 논란을 피하려면 근현대사를 다룰 땐 정치드라마는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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